yuna's lifelog


  • 2015-09-21 21:17 어제 밤에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봤다. 시작은 흥미로웠고, 그녀의 사진들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카메라 뒤의 그녀와 그녀의 삶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어쩐지 익숙한 느낌에 가슴이 울컥울컥했고, 그리고 마지막은 슬펐다.
    무서웠다.

    그녀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누구의 삶과도 겹치지 않는 먼지같은 삶을 택했지만,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에 나가는 게 두려운데 숨어있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을 가졌고, 그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은 삶.

    다른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어둡고 견고한 인생. 어떤 순간은 더없이 홀가분하고 행복했을 것이고, 어떤 순간은 삶이 몸서리쳐지게 무서워서 누구의 손이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 캄캄하고 몸서리쳐지는 고독의 시간들 덕분에 그녀는 찬란하게 빛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순간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사진을 보라.

    결국 그녀는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게 결국은 자신 뿐만 아니라 손을 내어준 사람들까지 망가뜨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란 대부분 그런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것을 피해가고,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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