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호미
박완서 지음/열림원


그때, 반디앤루니스에서 샀던 박완서 님의 책.
힘들고 바쁘다고 구시렁거리며 제쳐두었다가 이제야 다 읽었다.

그리고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 이야기와, 김상옥 선생, 이문구 선생을 보내며 쓴 글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을 맺는다.

늘 뭔가를 시키고 부탁만 해서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 더 하겠다. 만약 엄마가 더 늙어 살짝 노망이 든 후에도 알량한 명예욕을 버리지 못하고 괴발개발 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면 그건 사회적인 노망이 될 테니 그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 네가 모질게 제재해주기를 바란다. 엄마가 말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다오.
- 263 페이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박완서님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생전 처음 듣는 한국말들이나 소름끼칠 정도의 은유와 묘사에 놀라게 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여기저기에 발표한 잡문과 수필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좀더 편안하고, 솔직하고, 그리고 조금은 소심하다. 슬며시 슬며시 웃음짓게 하고, 눈물나게 하는, 할머니 글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