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나랑 사는 고양이 두마리. 이름하여 키키와 방울이.
사실 나는 고양이에게 이름 따위를 지어주는 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냥 '고양아~'하고 부르면 될 것을.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고 해서 그게 자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생각이나 할 것이며 - 가끔 (내 손에 맛있는 것이 들려져있을 경우)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 또 그게 자기 이름인 줄 안다손 치더라도 그 이름이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 알 길도 나로선 없다.


그런데, '고양아~'라고 부르기엔 뭣한 것이, 두마리라는 거다.
그렇다고 '작은 고양아~', '큰 고양아~' 하고 부르기도 뭣하고.
대체로 이런 연유로 인간들은 이런 편리한 '이름'이라는 것을 만들어냈고, 그걸 동물들에게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나도 그렇다.

...


어쨌거나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처음 나를 만났을 때부터 혈기왕성 방정맞기까지 했던 큰 고양이(방울이), 그리고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작은 고양이(키키).
이 두놈은 생긴 것은 비슷하지만 모든 것에서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일단은 표정부터 다르다.
큰 고양이는 호기심+가끔은 욕심 가득한 눈빛의 천진난만함.
작은 고양이는 신중함+가끔은 수심 가득한 눈빛의 현명함.
그런 것이 보인다.


혈기왕성한 큰 고양이는 먹기도 빨리 먹고, 먹으면서 흘리기도 많이 흘리고, 신기한 것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다가와서 앞발로 만져보고, 외로울땐 - 이건 내 생각. 아마 외로울때라기 보다는 '졸릴때'가 맞을듯 - 아무 거리낌 없이 내게 다가온다.
이에 비해 신중한 작은 고양이는 빨리 먹는 기술을 아직 익히지 못했다 - 이것도 내 생각... 아마 일부러 천천히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큰 고양이가 다 먹고 휘휘 주위를 돌아다닐때 작은 고양이는 항상 여전히 그릇에 입을 대고 있다.

큰 고양이가 내 옆에 와 아양을 떨때 작은 고양이는 멀리서 눈치를 보다가 다른데로 가는 척 하면서 슬슬 옆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궁둥이부터 내게 붙인다(지난번엔 자려고 누운 내 얼굴 바로 앞에 궁둥이를 붙여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0 ).


큰 고양이는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귀청소를 해주거나 목욕을 시키려고 할때 그냥 별 무리없이 가만히 있어주어서 아주 대견스럽다 :-)
물론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줄때도 큰 고양이는 일단 먹고 본다. 나의 주식인 캔맥주 주둥이를 홀짝홀짝 핥아먹는 것도 항상 이놈이다. 작은 고양이 놈은 절대! 입도 대지 않는다.


작은 고양이는 낯선 것에 대해 신중하고 겁이 많다.
일단 큰 고양이가 잘 견디거나 잘 먹는 것을 몇번이고 본 후에야 자기도 억지로 억지로 받아들인다. 자기 방어 본능이 너무도 강해서, 목욕을 시킨다거나 할때 내 몸에 피맺힌 발톱자국을 내는 것은 거의 이놈이다(나쁜놈! 누가 너를 잡아먹기라도 한다더냐, 맛도 없어 보이는 것이).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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