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집에 오다

산보.picnic 2004. 5. 18. 22:30

오랫만에 온 집인데도별 감흥은 없다.
여행 중 제일 불편했던 것은 음식도, 숙소도, 언어도 아닌, 바로 인터넷을 맘대로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스물 네 시간 동안 한잠도 못자고 날아왔지만 오랫만에 하는 취미생활 - 맥주 마시면서 블로깅하면서 채팅하기 - 에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그동안 못가본 이집저집 블로그를 기웃거리고 참견하고...
집이 좋은 점은 딱 하나. 이런 것.

...

어제 밤, 나보다 더 긴 여행을 마치고 인도에서 돌아왔다는 동생 친구와 셋이서 생일 축하 겸사겸사 맥주를 잔뜩 마시고는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곯아떨어졌다(그래도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잤더라 -_-).

실컷 자고 일어나 빨래를 해치우고 너무도 먹고싶던 라면+계란+김치를 먹었다.
이제 프라하에서 잃어버린 면허증, 신용카드, 안전카드 따위를 만들려면 내일 하루가 가버리겠고, 그 다음엔 빚(!) 갚느라 또 세월이겠다 -_-;
아, 그리고 여행 자료들을 정리해올려야지.우후후후

...

여행 중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들이 내게 전해준 크고작은 따뜻한 마음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세상은 증오나 적대감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친절과 배려로 가득하다는 믿음.
행복하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
...

여행 후반쯤에 길을 하나 발견했다.
그 길이 좁은지, 넓은지, 발자국이 난무한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정말 오랫만에 가슴이 뛴다는 것.
여행의 기억들, 오랫만에 살아 숨쉬는 머리와 가슴.
어떻게든, 궁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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