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그저께,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가 집을 뛰쳐나가 한강을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그만 자동차 전용 도로로 길을 잘못 들어서 길가에서 꼼짝도 못하고 덜덜 떨다가 지나가던 경찰차에 구조되어 돌아왔다. 오늘 휴대폰 사진들을 정리하려다 보니 낯선(-_-) 사진들이 들어있네.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

한강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캔맥주를 하나 사서 강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고 있는데 난데없이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스윽 나타나더니 강물에 낚시대를 던졌다. 그 밤에 거기서 뭘 잡겠다고 -_-;;;;
하여간 분명히 그 아저씨를 찍은 기억이 나는데 사진에는 안보이길래 레벨 조정을 해보니... 
이렇게 검은 형체가. 그땐 분명히 아저씨였는데 여긴 무슨 머리 긴 처녀귀신처럼 나왔네. 

아마 여기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던 걸까?

여기가 기억난다. 자동차들은 좌우로 쌩쌩 지나가고 나는 춥고 무서워서 떨었다. 길에서 차에 치어죽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두려움을 비로소 알았다. 정해진 길, 누군가 정해놓은 길에서 몇발자국만 벗어나도 우리가 얼마나 쉽게 부서져내릴 수 있는지. "거기서 차에 치어 죽어도 보상도 한푼 못받아요"라고 나를 구해준 경찰 아저씨가 거듭 강조했다.

경찰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걷다가 이 목련 나무를 보았다. 무서웠던 건 다 잊어버리고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하며 사진을 두 장 찍었다(기억은 안나지만 그랬을테지). 뭐 차에 치어 죽지도 않았고, 전반적으로다가 좋은 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