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4-30 08:48 우리는 모두 ‘친척’이다​.
  • 2018-04-30 10:20 어제 말라붙은 냉이를 뒤적거리는데 흙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커다란 지렁이 두마리가 숨어있다가 놀란 것. ‘아, 미안ㅋㅋ’ 하고 흙을 덮어주었지만 나도 놀랐다. 재작년쯤 어디 모종에서 들어온 것 같은 작은 지렁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죽은 줄 알았더니 이렇게 커서 늘어났구나. 지렁이는 흙에 좋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파는 ‘지렁이 세트’를 사서 키울까 하던 적도 있었다. 꼬물거리며 흙을 파고 들어가는 모양을 지켜보자니 어쩐지 귀엽다.

    그런데 그 옆 루꼴라 잎과 미나리를 누가 파먹었네. 민달팽이 녀석들! 역시 재작년쯤 토란 모종 구입할 때 멋모르고 따라 들어온 녀석들이 몇년간 계속 내 샐러드 거리를 파먹으며 말썽이다. 볼 때마다 집게로 집어서 바깥에 내놓았다. 몇년째 아무리 내놓아도 또 나온다. 골치덩어리들. 어떻게 하지?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이고. 이게 내 집이라고, 내 화분이고 내 먹을거리라고만 생각했지 똑같이 쟤네들 집이고 먹을거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게다가 우리 모두 딱히 우리가 선택해서 여기 태어나 이걸 먹고 살려고 한 건 아니다. 쟤네가 딱히 내 샐러드거리를 뺏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 샐러드거리를 키울 흙을 열심히 가꿔주려고 살아가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민달팽이 너도 거기 그냥 살아라. 같이 먹고 살자 생각했다. 말라있던 화분에 물을 주니 평소엔 물을 줘도 낮에 절대 안보이던 민달팽이들이 흙 밖으로 쫄쫄 기어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큰 녀석 하나 작은 녀석 하나. 아마 저 밑에 가족들이 더 있겠지.

    2006년인가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벌레들에 관한 어떤 책을 읽고 집에 있던 거미, 개미들과 공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 많이 이사를 다녔지만 항상 집에는 이런저런 생명들이 있었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다같이 별 문제 없이 살고 있다(바퀴벌레는 아직까지 무서운데ㅜㅜ 다행히 그 이후로 이사다닌 집들에서는 바퀴벌레를 한번도 못봤다).

    같이 살자 생각하니 민달팽이도 귀엽네.
    신기하다.
    이러다 바퀴벌레도 귀여워보이는 때가 오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만 해도 목 뒷덜미에 소름이; 아직 멀었습니다, 네.ㅋㅋㅋㅋㅋㅋ
    #vegetablegarden

    * 지렁이 한놈은 저쪽 화분으로 옮겨살게 할까? 생각하며 그쪽 화분에 바질 씨앗을 심으려고 흙을 뒤적거리니ㅋㅋㅋㅋㅋ 거기도 그만한 지렁이 한놈이 떠억! 마치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라는 듯잌ㅋㅋㅋㅋㅋ. ‘아, 스미마셍 스미마셍’하고 다시 덮어줌.

  • 2018-04-30 12:47 어제 남은 두릅과 야채, 쿠키로 거한 점심​

  • 2018-04-30 13:27 속세에 없는 사이 좋은 일​이 있었구나.
    어제오늘 빵빵 터지며 많이 웃었다.
    좋다 좋아.

    세상 모든 존재가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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