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요즘 블로그를 고양이들 얘기로만 채우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이해하세요.
이놈들이 요즘의 저에게 주는 행복이 매우 크답니다 ^____^

집에서 독립한 지 꽤 된 나는, 저녁이나 밤, 퇴근해서 텅 빈 집에 혼자 들어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한때는 그게 너무너무 싫은 나머지 생활이 매우 방탕해진 적도 있었다(사실 항상 방탕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빈 집을 지금 이 두마리의 작은 고양이들이 꽈악 채워주고 있다. 흔히들 고양이는 개와 달라서 주인이 오거나 가거나 신경도 안쓴다고 하지만, 그렇진 않다.
특히 방울인, 내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꼭 현관 앞에 와서 앞발을 모으고 앉아 들어오는 나를 빤히 쳐다보아 준다.


강아지처럼 미친듯이 달려들거나 무지 친한 척 하거나 먹을 것을 보면 환장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그들의 매력이다. 그저, 다만, 집에 돌아온 내게 소리없이 다가와 꼬리를 높이 치켜든 채로 내 다리에 그 부드러운 털을 쓰윽 훑고 지나가는 것이 그들의 애정 표현이다.


이 무심한 것들이 지들이 내킬때(대개는 졸릴때) 게슴츠레한 눈으로 슬쩍 다가와 털이 복실한 하얀 앞발을 내밀어 내 팔을 건드리거나, 정말 가끔, 기분이 짱 내켰을때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 혀로 코를 핥아줄라치면, 내 마음은 정말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길, 그들이 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내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볍고 빠르다.
오자마자 밥을 주고, 놈들의 화장실을 치워주고, 청소기를 돌리고, 샤워를 하면서도 연신 콧노래가 나온다.


적어도 이런 행복 정도는, 이런사랑 정도는 내 생애에 하나쯤 허락된 것이기를.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날아가버리지 않기를.
너무 정을 주지 말걸 그랬다고 울며 후회하게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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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집에 갔더니 우리 할머니, 고양이를 당장 갖다 버리라신다. 그러면서 고양이가 얼마나 안좋은 동물인지 내게 해주신 이야기.


"할머니 젊었을때 동네 쌀집에서 쥐 잡아먹게 할려고 고양이를 키웠어. 근데 쌀집을 안하게 돼서 고양이를 저어기 멀리 소양강 댐 근처에 데려가서 버렸댄다. 근데 그놈이 글쎄 집을 도로 찾아왔드래. 고양이는 영물이야 영물. 갖다버려!"
"할머니 그러게 왜 고양이를 버려! 한번 키웠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나쁘네.
그리구 집 찾아왔으니까 똑똑한 고양이쟎아. 진짜 영물이네 영물. 난 영물이 좋아~"

행복해라. 고양이 쉐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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