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밖으로 나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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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1. 09:54
고양이들이 다 떠나고 나니 알겠다.
나는 집에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처음엔 고양이들과 함께 있던 집에 혼자 있는 게 힘들어서, 고양이들이 그리워서 집에 있기 힘든가보다 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처음 느낀 게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는 게 기억났다. 철이 든 이후로 나는 집에 있는 게 답답했고, 세상이 궁금했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내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눈 뜨면 밖으로 나갔고, 지칠 때까지 바깥을 돌아다녔다. 집은 그저 필요한 물건들을 놓아두고 지쳤을 때 돌아가 쓰러져 자는 곳이었다.
삼십대 초반에 방울이와 키키를 데려온 후, 혼자 일주일 동안 캄보디아에 갔었다. 그때 처음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가. 그리고 이십년 가까이 내 집에 내 고양이들이 있었고, 매일 그 집으로 돌아갔다. 내 고양이들과 함께 있는 게 좋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 집을 좀더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 시간은 끝났다. 이 집 곳곳에 내 고양이들과 함께한 포근한 기억들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어린 시절 내 안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이 아직 그대로 있다.
이제 밖으로 나갈 시간.
많은 것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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