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12-16 10:58 실상사의 눈

  • 2018-12-16 11:49 아침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를 둘러봐도 이쁜 실상사.
    다음에 올 때까지 안녕.

    어제 저녁 송년회에서 도법스님 옆에 앉아 스님 얼굴 실컷 보고 사진도 찍었다. 스님 사진은 나만 봐야짘ㅋㅋㅋ.

    달빛 아래 걸어가는 두 사람. 그림 같았다. 사진은 비록 이렇게 나왔지만;​

    ​오늘 처음으로 혼자 철불 앞에 앉아보았다.

  • 2018-12-16 11:56 남원 공용터미널에 얼마전 생긴 커피숍 Assemble에서 혼자 점심. 여기 커피 맛있다.

  • 2018-12-16 12:57 남원 버스터미널 카페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 머핀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짐을 싸서 일어나다가 셔츠 앞섶이 간질간질해서 머리카락이 들어갔나 하고 이리저리 들추어서 긴 머리카락 하나를 찾아냈다.
    어쩐지 으음...? 하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드니 머리 바로 위에 cctv가.
    하하하하 -_-; 제기랄. 황급히 빠져나옴.
    #제기랄
    #별거없져
  • 2018-12-16 17:18 몇년 전 음식 사진 위주로 올리는 인스타 친구들을 정리했는데 요즘 다시 타임라인에 음식 사진이 즐비. 아무래도 시즌이라 그런 건가.
    남의 고양이 사진은 아무리 올라와도 좋은데 남의 음식 사진은 왜 이렇게 물리지... 지금 배불러서 그런가 ㅋㅋㅋㅋㅋ
  • 2018-12-16 22:16 실상사에 다녀왔다. 피곤하지만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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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회 막간을 이용해 엊그제 썼던 '모르고 저지른 잘못'에 대해 도법스님께 다시 여쭈었는데, 박사님 말씀 대로, 모르고 지은 죄는 알고 지은 죄보다 더 중하며, 그것은 같은 죄를 또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다만 '의도 없이' 저지른 잘못(실수?)은 불교에서 업('죄'였는지 '업'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남;;)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셨다.

    '모르고'와 '의도 없이'의 차이를 헛갈려했더니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주셨다.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갈다가 개구리가 쟁기에 치어 죽었을 경우 그것은 의도가 없이 저지른 실수이므로 죄가 아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일을 진행했는데 그것이 실제로는 누군가의 고통을 초래하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그 의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른 채 저지른 죄라는 것.

    (그 외에도 사회에서 법적으로 범죄라고 규정하는 잘못과 불교(혹은 종교)에서 죄라고 말하는 잘못의 근거나 기준의 차이, 문제점, 사례 등에 대해 복잡하고 다양한 토론이 오갔으나 생략하고) 여기서 내가 이해한 바는, 자신이 하려는 행위가 어떤 의도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리고 그 행위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 지혜를 가지려고 우리는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차를 마시는 시간에 명상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왔고, 도법스님은 '선정'에 대해 이렇게 다시 강조하셨다. ​명상의 목적은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나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선정에 들어가면 칭찬과 비난,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지혜를 얻는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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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의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용어나 단어 하나하나의 해석과 쓰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바로 옆에서 들은 이야기를 옮기는 데도 이렇게 오류를 범하니. 귀기울여 듣고 그때그때 메모했지만 또 잘못 옮긴 부분이 있을 수 있다(있으면 얘기해주세요).

    언어(경전)의 정확한 해석과 쓰임은 도법스님이 평생을 천착해오신 일이기도 하다. 말(언어)에 대해 항상 하시는 얘기가 있는데 어제 또 얘기해주셨다. "진리를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말을 떠나서는 진리를 드러낼 수가 없다"고. 진리라는 것은 스스로 경험해서 체득하는 것이므로 말로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말이 없다면 이 깨달은 진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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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에 한번이지만 오가는 길이 쉽지 않다. 어제는 처음으로 차를 얻어타고 내려갔는데(고맙습니다!) 저녁에 도착해 위액까지 다 토해내고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그래도 도법스님 옆에 앉아있으니 점점 몸이 회복되는 느낌적인 느낌이;). 올라오는 길은 승용차로 인월까지, 버스로 남원터미널까지 한시간, 다시 택시로 남원역까지 10분, 기차로 용산까지 세시간, 다시 기차로 동네까지 40분, 걸어서 집까지 삼십분. 산넘고 물건너 총 다섯시간쯤 걸렸다. 아아 힘들다. 몸이 막 찌부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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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스님의 책 '꽃은 피고 꽃은 지고'를 도법스님께 갖다드렸다.
    "제가 요즘 도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도법스님이 읽으시기보다는 절에 오시는 다른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라며 드렸는데, 도법스님이 지상스님 이야기를 알고 계셨다. 조계종 산하 작은 절의 비구니 스님이 도반의 병 구완을 오랜 기간 동안 하셨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으신 듯.

    스님이 읽으실 거라고 기대는 안했는데 오늘 아침 차담하면서 보니까 어제 두셨던 테이블 위에 책이 없더라! 방으로 가져가서 읽으셨나?ㅋㅋㅋㅋㅋ #스토커는아닙니다아니예요
    #붓다로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