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부처가 태어나 출가를 하고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대열반(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초기 불교'라 한다. 불한당에 들어간 지 일년, 초기불교를 다룬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를 읽었고, 불한당에서 '초전법륜경' 공부를 했고, 그후 부처의 생애를 다룬 도법스님의 이 책 '내가 본 부처'를 읽었다.

2017-06-27 09:16 '내가 본 부처'는 도법스님이 출가 행자(스님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삼십년이 훨씬 넘게 승려로 살아온' 선배로서의 조언과 당부가 책 앞머리에 써있다. 초판이 2001년에 나왔으니 이제 '45년이 넘게'가 되겠군.

'무조건 인내하여야 합니다. 인내의 힘이 곧 수행자의 힘입니다.
수행자는 온 천하를 다 품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러워야 합니다. ...
수행자는 대접 받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겸손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자신이 대접받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그 존귀한 가치를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게 하려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
수행자는 또한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스님이 되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이렇게 살겠다고 생각한다. 이게 지금까지 찾아왔던 길이라고.

2017-07-01 12:01

'출가의 길은 모든 고뇌와 고난을 감수할 각오를 하는 길입니다. 그 길은 험난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도 이 길은 가치있는 길이고 만인에게 꼭 필요한 길이며 우리가 반드시 가야하는 길입니다.'

도법스님이 말하는 출가의 길. 도법스님이 살아오신 여정과 마음.

2017-07-08 16:56 #불한당 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학습부장(...)님이 자기소개와 함께 왜 불한당 모임에 들어왔는지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불교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처음이라(게다가 첫날부터 한시간이나 지각해서) 분위기 파악을 못한 상태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나는 무엇이고, 인간은 왜 사는 것이며, 세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라고 했던 것 같다.

부처님의 삶과 깨달음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그가 풀려 했던 의문들이 그때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때 그 의문들이 내게 얼마나 절실했는지도.

종교고 철학이고를 떠나 몇천년 전에 살았던 한 인간의 고뇌에 이렇게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가 찾아낸 해답을 좀더 원형에 가깝게 이해하고 싶다. 그게 불한당에 들어간 지 일년이 넘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2017-08-05 11:52 부처님이 왜 굳이 걸식을 하고 제자들에게도 시켰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비우기, 겸손하기, 인내하기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먹을 수도 살 수도 없으니.

2017-08-06 00:20 ​​​'29. 수행과 전법
... 그러나 몹시 아픈 사람을 대할 때, 함께 슬퍼하거나 곧 나을 것이라고 위로하기보다는 존재의 진실을 알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 유복자를 잃은 어머니를 만났을 때 같이 슬퍼하고 같이 아파하며 위로하기보다는, 태어난 자는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고 하는 인생의 실상을 깨우쳐 줌으로써 스스로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것이 불교의 방식입니다.
...

31. 적극적인 현장 참여
... 부처님은 늘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지만 언제나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분노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 어떤 문제와도 정면으로 마주서서 불교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당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되 언제나 법의 정신에 입각한 실천 태도인 인내와 자애로움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2017-08-06 12:10 이 책의 마지막인 8강에는 몇가지 질문에 대한 도법스님의 명쾌한 답이 들어있다. 몇가지만 발췌해본다.

'종교의 역할에 대한 질문
종교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문제를 올바른 방향에서 근원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바른 눈을 갖게 해주는 것입니다. ... 올바른 길을 제시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올바른 파악과 이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세계관의 확립, 또 하나는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 시대의 문제, 역사의 문제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만 길을 제시해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 불교 수행자들이 이 두가지를 다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더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한 모색이 너무 취약한 점입니다.

음식에 대한 질문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음식을 향한 욕망의 끌려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 입니다. ... 부처님은 물론 육식을 금하였습니다. 수행자가 일부러 고기를 구해 먹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달라고 하거나 찾아다니면 옳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불살생에 대한 질문
지금까지는 소 한 마리를 죽이느냐 마느냐가 살생 계율에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오늘날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무대 자체가 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무대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그 무대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돌이킬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접근할 때에만 살생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답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더 넓은 시각으로 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기. 나에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

그러고보니 부처도 45년 동안 중생을 상대로 방대한 가르침을 설파했다. 그 가르침은 결국은 중도, 무상, 무아, 연기로 압축될 수 있다. 부처는 누구나, 삶의 어떤 수준에서든 이 진리를 실제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고, 각기 다른 인간, 각기 다른 삶의 조건에서 이 진리를 더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사성제, 팔정도 같은 계율들을 마련했다.

주도면밀하고 선한 의지로 가득했던, 자상하고, 지치거나 포기할 줄 몰랐던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를 생각한다. 그리고 도법스님을, 도법스님의 삶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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