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4년 5월 6일 밤 10시 34분. 지지가 떠났다.

강제 급식을 중지한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저께 오후 캔에 묽게 물을 타서 조금 먹였다. 토하지 않길래 괜찮은가보다 했는데, 어제 아침 숨숨집 안의 지지를 보니 일어나지도 못한 채 토사물 위에 엎드려 있었다. 방석을 갈아주고 오후에 물만 조금씩 먹였다. 어제는 하루 종일 숨숨집 안에 누워있었고, 밤이 되자 밖으로 나와서 따뜻한 방바닥에 누웠다. 내가 손을 뻗을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고, 내가 다가가거나 쓰다듬으려고 하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했다. 그동안 강제로 약과 밥을 먹였던 게 싫었던 모양이다. 키키 때처럼 혹시나 내가 자는 동안 지지가 숨을 거둘까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오늘 오전에는 물이라도 먹여야 하나 싶어 주사기로 3ml를 먹였는데 그자리에서 고통스럽게 구역질을 하며 다 토하고 오줌까지 지렸다. 그 후로 떠날 때까지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았다. 오전에는 잠깐 숨숨집 밖에 나와있다가 다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하루종일 끼니를 챙겨 먹고 밀린 회사일을 하고 도시락으로 쌀 야채를 볶아놓고 또 회사일을 했다. 온 몸이 아팠다. 지지는 얼마나 힘들까. 어떤 상태일까. 여러가지 생각들. 지지가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냥 평소처럼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지지가 다시 일어나서 조금씩 물을 먹고, 밥을 먹고, 천천히 다시 회복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예전에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처럼, 발치 수술을 했을 때처럼, 두번의 유선 종양 수술을 했을 때처럼, 며칠 밥을 안먹고도 다시 일어나, 다시 밥과 물을 먹고, 다시 걸어주기를, 지지가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바랬다. 방울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간절히 부탁한다면, 내가 더 잘, 더 부지런히 지지를 챙긴다면, 좀더 내 곁에 머물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또 했다.

엎드려 누운 채 조용히 가쁜 숨을 쉬는 지지 옆에 누워 이 글을 쓰다가, 지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쓰다듬어주고, 또 글을 쓰고, 그러고 있었다. 지지가 끄으응 하고 서너번 마지막 신음을 낸 뒤 숨을 멈췄다. 노땡을 불러 지지를 흰 패드 위에 눕히고, 눈을 감겨주고,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던 입 주변과 검댕이가 묻은 코를 닦고, 며칠 전 왼쪽 밖에 깎지 못한 발톱을 마저 깍아 지난번 모아둔 버디 발톱과 같이 넣어두고, 그리고 지지를 꼭 안았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쓰다듬고 꼭 안아줬다.

처음으로 내 고양이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지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키키, 방울이, 루시를 보내면서 했던 수많은 후회와 생각들. 이렇게 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나도 삶의 마지막에 이렇게 가고 싶다. 이렇게 갈 것이다.

지지. 언제나 씩씩했던 우리 막내 아가씨.
내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언제까지고 기억할거야.

#kitten_zizi

2024-05-07 07:15 나의 친구들. 편히 쉬렴. 또 만나자.

내 친구들 잘 부탁해 큰 나무야

2024-05-07 20:48 힘든 하루였다. 죽어가는 내 고양이 옆에서 휴일에 그렇게 일을 했는데도 다 못하고 퇴근. 온 몸이 굳고 아프고 숨이 답답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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