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4-05-01 13:15 오랜만에 노땡과 같이 점심.
이게 우리 특식임ㅋㅋㅋㅋ.

2024-05-01 17:36 #kitten_birdie

2024-05-01 22:26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니 지지가 며칠 만에 똥을 많이 싸놓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토한 흔적들. 방울이도 그랬고 지지도, 똥을 누기가 힘들어지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급격히 쇠해갔다. 강제급식을 중단했지만 어제 다시 저녁을 조금 먹였다. 거부하지 않고 받아먹는데 먹을 수 있어서 먹는 건지 기력이 떨어져서 거부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지 토하지는 않았다.

지지는 두세달 전부터 밤에 내가 자려고 누우면 옆에 와서 그릉그릉거리며 담요에 꾹꾹이를 했다. 원래 꾹꾹이나 그릉그릉을 잘 하던 애가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내 옆에 있고 싶어서 온 건가 하고 쓰다듬어주었는데, 그럴 때 마다 지지는 낮게 으르릉거리거나 하악질을 했다. 방해하지 마.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주 부터는 밤에 잠을 안 자고 계속 집안을 걸어 다녔다. 덩달아 나도 잠에서 계속 깼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서 지지를 찾았는데 지지가 침실 문지방 너머에 앉아 꼼짝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지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저께 밤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어제 밤에는 숨숨집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소멸해 가는 생명. 그 옆에서 다른 생명들은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방귀를 끼고, 그렇게 살아 나간다. 나도 그렇고 다른 고양이들도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끔은 다 잊어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고양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일부분이라는 것을, 아니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뭘 했어야 했는지,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런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루시는 세상을 떠나던 전날까지도 내가 뭘 해도 그릉그릉을 했고, 지지는 내가 뭘 해도 짜증을 부린다. 그릉그릉이나 꾹꾹이가 기쁨이나 호감의 표시이고 앵앵거리는 것은 불만족의 표시인가? 그 조차도 지금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느린 이별이라 다행이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다. 살아있는 날까지 힘을 내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기쁘게 채워가는 것이다.
어려울 건 없다.
#kitten_zi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