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그 며칠동안 달팽이가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바빠서 자료를 찾아보지 못했다. 오늘 달팽이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나니, 조금은 달팽이를 키울 자신감이 생겼다. 달팽이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고, 아무 야채나 잘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긴 했다. 예전에 토끼가 죽은 뒤로 애완동물이라는 미명하에 동물을 돈주고 사서 기르지는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다만 어쩌다 나와 인연이 닿아서 내게로 왔다거나,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거나 할 경우라면 정성을 다해 돌보고 같이 살 생각은 있었다.
지금 내가 이 달팽이를 키우려고 하는 것이 그런 경우인가 하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단지 내 호기심을 만족시키려고 이 생명체를 내곁에 붙들어두는 것은 아닌가. 어디 바깥에 놓아주어도 잘 크지 않을까 등등.

자료를 찾다가 달팽이에 관한 이런 글을 읽었다. 조금만 발췌해본다.

달팽이는 평화주의자다.

먹이를 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빙 둘러서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큰놈이 작은놈을 괴롭히는 짓 따윈 하진 않는다. 오히려 큰 달팽이가 작은 달팽이를 업고 다닌다. 그리고 `살생`이나 육식은 하지 않는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로서 파괴보단 평화를 좋아한다. 이빨이 있지만 서로 물거나 공격하지 않고, 사람이 건드리면 껍질로 살짝 숨어서 자신을 지킨다.

6. 달팽이는 명상가다.

달팽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달팽이가 그렇게 느릴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부의 시끄러운 자극으로부터 자유롭기에 그렇게도 조용히 천천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7. 달팽이는 모성이 강하다.

어느날 달팽이가 알을 놓는 장면을 목격했다. 몇 시간 동안 알을 놓고나서 기운이 완전히 빠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을 흙으로 덮어주었다. 그런 다음, 내가 먹이로 준 상추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기운이 빠져서 상추를 먹으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상추를 입에 물더니 알쪽으로 가져가서는 조심스럽게 알 위를 덮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 장면을 보고 울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이런 것이었구나...

아암. 나는 달팽이와 같이 살고 싶어졌다. 놈의 평화, 모성, 우정, 낙천주의를 곁에서 지켜보고, 감탄하고, 배우고 싶어졌다. 어쨌든 나에게로 왔고, 잘 먹고 잘 싸는 것을 보니 건강한 것 같고, 뭐 아직 어리고 바깥 세상은 위험하지 않은가... 하며 달팽이를 내 곁에 두고싶은 욕심을 합리화한다 -_-;

움... 우선 이번 주말에 굵은 모래를 구해야겠고, 상추 말고도 다른 맛난 것을 좀 사와야겠고, 등껍질을 위해 계란껍질 갈은것도 준비해두어야지. 집도 페트병을 잘라서 좀더 넓고 예쁘게 만들어줄까. 어디 굵은 모래 구할 수 있는 곳 아시는 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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