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3-12-31 10:33 오늘 요가 레슨 전 찻자리

2023-12-31 12:40 2023년 마지막 날 점심 만찬 w/ @kims_yoga76

2023-12-31 13:00 남편이 만드신 빵 가져오셨는데 넘맛있음

2023-12-31 13:12 어제 만든 케잌 개봉

2023-12-31 15:53 지금 여기, 살아있어서 좋아

2023-12-31 16:35 모든 게 너무 아름답다

모야 이게ㅋㅋㅋㅋㅋ

내 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있고, 내가 그 풍경 안으로 기쁘게 걸어들어가는 꿈. 그게 내가 알아낸 삶이다.

2023-12-31 18:06

2023-12-31 18:42 이분 영상 보다 보면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 됨. 왜지… #오원

2023-12-31 19:32 노땡 와서 케이크 2차ㅋㅋㅋ

내가 만들었지만 넘 맛있음 🤤

2023-12-31 23:38 2015년부터 시작한 연말 결산.올해는 늦지 않게 연말결산을 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구구절절 쓰다 보니 열두시가 다가오네. 그 어느 때보다 긴 연말 결산이 되어버렸다(내일 더 덧붙일지도 모름).
2023년은 짧게 정리하자면:
- 난소와 자궁이 없어져 갑작스레 변하는 몸을 추스리기 바빴고,
- 새로운 회사,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빚을 갚아나갔다.
-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행은 계속되었고 계속되고 있다.
- 그림은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다.
- 고양이들은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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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

난소자궁제거 수술의 회복
2022년 12월 초 난소자궁제거 수술을 했고, 2023년은 수술 후의 회복으로 시작되었다. 매일 붕어운동과 걷기, 요가, barre를 했고 커피도 끊었다(...기 보다는 일주일에 1번으로 줄였다). 2월 초 일을 시작하기까지 몸 상태는 꽤 좋아서, 난소와 자궁을 제거해도 몸에 별 무리는 없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산이었다. 오프라인 비중이 큰 거대하고도 복잡한 이커머스 시스템의 백엔드 일부를 바꿔야 하는 일이었는데, 매일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의 도무지 뭐라는지 모를 회의들과 도무지 뭐라는지 알 수 없는 메일과 문서에 파묻힌 채 야근이 이어지면서... 한달 쯤 지나자 체중이 2-3kg 줄고 눈 밑이 푹 파이고 흰머리가 급속히 늘어 한달 만에 갑자기 십년 쯤 늙은 것 같았다. 게다가 손톱 길이가 짧아져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거나 고양이들 캔을 따는 게 힘들었다. 허리 사이즈도 많이 줄어서 바지를 모두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내 바지는 허리가 다 고무줄인데도 걸을 때 마다 줄줄 흘러내려서 입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많이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딸리는 느낌은 아니었고 뭐랄까, 몸의 용적 자체가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가끔 비타민이나 방탄커피를 마시고 나면 또 하루 이틀 정도 에너지가 화르륵 솟기도 했다.

요가
요가를 시작한 지 4년. 처음 1-2년은 굉장히 열심히 해서 세컨시리즈 중반까지 나갔는데 올해 출근을 하면서부터는 새벽에 primary나 half-primary를 하기도 벅찼다. 일어나기 힘들어서 빼먹는 날도 많았다. 아사나의 진전은 느렸고 여름이 되면서 요가 후에 등과 허리, 옆구리 근육이 아프거나 힘이 잘 안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자궁을 절제해서인가...). 엉치뼈나 햄스트링도 가끔 아팠고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난소를 제거해서인가...). 그래도 일주일에 4-5번은 하려고 노력했고 레슨도 계속 받았다. 이어지는 야근에 온 몸이 굳고 마음도 힘들 때가 많았는데, 2주에 한번 주말에 하는 요가 레슨은 몸과 마음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풀어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단비와도 같았다.
고맙습니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호텔에서 묵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군것질을 하기 시작했더니 수술 후 없어졌던 직장 통증이 다시 생겼다. 7월초에 일이 끝나고 예정돼있던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한달 반 정도를 쉬었다.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을 했는데 자그만 결절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종종 위가 아프다.
7월에 몇년 만에 바다에 다녀왔고,
피세틴 메가도스를 몇번 했다.
체중은 다시 돌아왔고 유지 중이다.
9월 중순에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보이차를 마시면 배부터 기분 좋은 따스함이 올라와서 좋다. 하루종일 많이 마셔도 커피처럼 부담스럽지 않아 좋고.

보울더링을 시작했다
2월 초 일 시작하기 직전에 미정씨 따라서 클라이밍 짐을 처음 갔었다. 처음부터 너무 재밌었는데 일 때문에 못가다가, 예정돼있던 일이 취소되면서 잠깐 쉬게 된 8월에 다시 가기 시작했다. 한달에 한두번 주말에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천골과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요가의 후굴 때문인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클라이밍할 때 탑 찍은 후 뛰어내려오지 않고 기어(...)내려오니 통증이 없어지더라. 그 후로는 힘 빠져서 떨어질 때 외에는 절대 뛰어내려오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바닥의 푹신한 매트 위로 풀쩍 뛰어내려오는 걸 볼 때마다 '저러다 나중에 고생할텐데...'라는 생각이;; 뭐 젊을 땐 괜찮으려나?

이걸 계속할지, 아니 계속할 수 있을지는 좀 고민중이다. 1-2분 정도 짧게 최대심박수에 이르고 나서 일정 시간을 쉬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꽤 좋은 HIIT(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긴 한데, 아무래도 속도나 시퀀스가 정해져있는 요가나 발레 보다 순간적으로 몸의 특정 부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예측하기 힘든 동작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가 높다. 내 나이에, 그것도 난소가 갑자기 없어져 온 몸의 호르몬 불균형과 골다공증과 근육 위축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 관절이나 건에 부상을 입는다면 회복도 느리고 몸 전체의 컨디션을 저하시킬 위험이 높다.

3주 전 쯤 클라이밍을 마치고 나왔을 때 오른쪽 회전근개에 통증이 시작됐다. 3주 넘게 클라이밍을 쉬고 요가를 할 때도 아파서 조심조심하고 있는데, 이제 거의 낫긴 했지만 어깨 가동 범위가 줄었다. 왼쪽 어깨는 몇년 전부터 통증이 좀 있었고 오른쪽은 괜찮아서 오른쪽 어깨의 가동 범위가 더 넓었었는데 이젠 두 어깨가 비슷해졌;; 균형이 맞춰져서 다행인 건가. 그 외에도 클라이밍을 한 후에는 손목 통증, 왼쪽 손가락 끝 저림 같은 증상들이 종종 생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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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
2월부터 7월까지 했던 일은 위에서 대충 얘기했고, 8월 중순에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하고 출근을 시작했다. 한달반 정도 홍대 앞 본사에서 이런저런 흥미로운 제안서 작업들을 했다. 새로운 동료들과 고객들을 만났고, 점심과 저녁 시간에 그동안 못본 지인들을 만났고, 출퇴근길에 경의선 숲길을 걸었고, 주말에는 춘천에 다녀오거나 클라이밍을 하러 갔다. 좋은 계절이었다.

10월 초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11월부터 야근이 이어졌다. 모 은행 대고객용 모바일앱 frontend 기획인데, 은행은 몇년 전 A은행 프로젝트 이후 처음인 데다 지난 몇년간은 서비스 기획이나 UX 컨설팅 등 앞단 프로젝트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힘들었다 아니 힘들다. 야근도 많았고 호텔에서 묵는 날도 늘었고 흰머리는 점점 더 늘었다. 위쪽 반은 희고 아래쪽 반은 검은 머리카락이 많다. 다행히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고, 지금은 좀 정리가 된 상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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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행
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된 죽음에 대한 공부랄까 고민은... 작년 봄 난소암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해 난소자궁제거 수술을 받고 올해에 이르면서 일종의 변곡점에 이른 느낌이다. 이 공부의 과정을 글로 정리해서 불한당 모임(코로나로 중단됐다가 2022년 6월에 다시 시작됐는데 이런저런 일로 올해 4월부터 '불한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반야심경 공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이고 있다)에서 발표를 했는데 나중에 블로그에도 올려놓을 생각이다. 아직 진행형이고, 아마 죽을 때까지 진행형일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도 온라인으로 계속해온 온라인 마음챙김 명상 모임이 한동안 중단됐었는데 올해 9월부터 다시 온라인으로 모이고 있다. 나는 퇴근길에 전철역에서 집에 걸어가면서 참여하곤 한다.
도반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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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양이들
남의 집 고양이들을 볼 때 마다 세상을 떠난 내 고양이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 곁에 남은 버디와 지지가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고 끝까지 그럴 것이다. 버디는 2020년 5월 신장 수치가 좋지 않아 아조딜을 먹이기 시작했고, 2022년 6월부터 nmn을, 2023년 4월에 신장 수치가 좀더 떨어져서 크레메진을 먹이기 시작했다. 버디는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체중이나 외모에 변화가 거의 없지만 루시가 떠나고 난 뒤 활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nmn을 먹인지 1년 반 정도 돼가는데 식욕이 늘고 활력 징후가 조금 올라간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지지는 2년 전 유선종양으로 한쪽 유선을 전절제했고 올해 4월에 nmn을 먹이기 시작했다가 10월에 다른쪽 유선에 덩어리가 다시 생기면서 겁이 나서 끊었다. 병원에 데려갔는데 나이도 많고 심장, 신장 다 질환이 있는 상태라 종양이라 해도 지금 뭔가를 하는 건 무리라는 소견이었다. 혈액검사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으니 지금처럼 잘 먹고 잘 놀고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지는 중성화부터 시작해서 구내염으로 두번의 발치 수술, 두번의 종양 제거 수술까지 여러번의 수술을 했고 심비대로 계속 약을 먹고 있다. 한쪽 신장은 쪼그라들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올해 들어 변을 볼 때 조금 힘들어하고 겨울이 되면서 구토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

5. 돈
작년 연말결산을 보니 가계부를 올렸길래 올해도 (비교를 위해) 올려본다.
고양이들에게 쏟아부은 돈은 작년보다 많이 줄었고...
올해 내 돈을 가져간 주역은 단연 쿠팡이다.
올해 쉬지 않고 돈을 벌어 작년에 전세금 올려주느라 진 빚을 갚아나갔다(아직 남음;;). 몇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일을 할 이유가 있으니까 계속 일을 하게 되더라.  내년 여름까지 (아빠한테 꾼 돈을 제외하고는) 다 갚을 생각이고, 그 이후는 어떻게 할지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한다.

내년엔 빚을 갚는 것 외에 아무런 목표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삶이 고단하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다.
불안할 때도 많고 몸이 힘들 때도 많지만
하루하루가 고맙고 기쁘다.
그리고 다른 모든 생명들도 살아있는 동안 가끔이라도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goodbye2023 #yearendmessage #연말결산

2022년 연말 결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