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장마

잡글.blarrr 2007.07.02 01:01

어제 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창가에서 타닥 타닥 소리가 나 밖을 내다봤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를 더 크게 듣고 싶어서 주섬주섬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창가에 있던 테이블을 밀어 치우고, 매트리스를 질질 끌어 창 옆에 바싹 붙이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아주 곤한 잠에 빠졌다.

정오가 다 되어 눈을 뜨니 뭉게뭉게 먹구름이 섞여있는 회색 하늘 아래에 남산타워가 보였다. 세상이 깨끗이 씻겨 있었다. 오랜만에 테헤란로를 걸었다. 너무 깨끗하고 한적해서 낯설기까지 한 일요일의 테헤란로.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길에 간간이 또 가랑비가 내렸다.

그동안 아주 많은 생각들이 나를 통과해 지나갔는데, 난 웬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중 어떤 것도 뇌나 심장에 머금질 못했다. 어쨌거나 나는 좀 씻겨졌다.

장마. 한 시절이 이렇게 간다.
올해 여름은 작년 여름과 많이 다를 것이다.
오늘밤엔 길이 약간 젖었고, 그 위로 또 비가 내리고, 하늘이 번쩍번쩍 하면서 멀리서 그릉그릉 낮은 천둥소리가 난다.
깨끗하고, 평화롭다.
다시 더럽혀질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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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bjang.tistory.com/ BlogIcon dbjang 2007.07.03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기하게도
    밤에 내리고 아침에 내리고 낮과 저녁엔 안내려요 ^^
    어케 보면 참 고맙고.. ^^

  2. Favicon of https://baxa.tistory.com BlogIcon 휘발성고양이 2007.07.04 2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