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달의 기억

잡글.blarrr 2012. 3. 8. 22:38
불 꺼진 침실에 들어오니 창으로 들어온 달빛이 베란다를 푸르게 물들이며 빛나고 있다. 그걸 보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대여섯살 때 쯤이었나. 그때 살았던 단독주택은 화장실이 마당에, 대문 옆에 있었다. 밤중에 오줌누러 마당으로 나왔는데 머리 위에 크고 둥근 달이 빛나고 있었다. 그런 건 생전 처음 봤고, 한참을 그대로 서서 달을 봤다. 그때 검푸른 하늘, 마당을 둘러싼 높은 담장, 검은 나무들의 실루엣, 그리고 발 밑의 차갑고 맨질맨질하던 댓돌의 감촉까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후에도 그 순간을 기억하리라는 것을, 이미 그때 알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런 순간을 돌아볼 때마다 시간이 이차원의 연속된 형태로 흐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기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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