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우리 집

잡글.blarrr 2012. 2. 16. 14:00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바닥을 기었던 며칠이었다. (아마도) 자잘한 이유들이 모여 큰 우울 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에 굳이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 저녁 퇴근하고 전철에 내렸을 때 쯤에는 그것이 극에 달해 폭발하기 직전이어서, 그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아무 말도 하기 싫었고, 할 수도 없었고, 눈물만 줄줄 흘렀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며 머리를 자르고, 목욕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또 책을 읽고, 아코디언으로 '효자동 이발사'를 조금 연주해 보고, 그리고 또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깨어나 숙취와 두통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어젠 좀 답답했지만, 예전에 떨어져 있을 때는 내가 이런 상태일 때마다 초조와 불안에 떨다가 차를 몰아 달려오곤 했는데 이젠 적어도 그러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니 좋더라고.

정말 좋구나 이젠.
밤마다 저녁마다, 우리는 우리의 고양이들과 개가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잠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좋고 고맙다.

'잡글.blarr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와  (0) 2012.04.29
계획  (0) 2012.03.31
바람같은 것  (0) 2012.03.19
달의 기억  (0) 2012.03.08
우리 집  (0) 2012.02.16
찰칵  (2) 2011.12.05
인간이라는 그릇  (0) 2011.10.15
두 스티브의 선택  (1) 2011.10.08
bloggerplus 아이폰 앱에서의 티스토리 글쓰기 테스트  (2) 2011.09.1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