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9월 들어 심해진 천식 덕분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거의 한달을 쉬었다. 일년 내내 항온에 가까운 오피스텔에 살 때는 환절기가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바람이 잘 통하는 집 - 다시 말하면 자연의 상태(?) - 에 적응하려니 쉽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그동안 약만 믿고 너무 방탕한 생활을 해서인지 정기적으로 먹어온 알약이나 흡입제로는 증상이 제어되지 않아서, 5분만 걸어도 노인처럼 숨이 가빠오고 짧은 외출 후에도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그대로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밤에는 기관지가 더 막혀서 어제 밤에는 어지간하면 쓰지 않던 벤토린까지 쓰고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술담배는 하고 싶어도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 참에 건강을 되찾아보자 하고 아침 산책과 요가를 시작했다. 이전 집 주변에는 산책할 만한 길이 거의 없었지만 이사한 집에서는 어느 쪽으로 가든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길들이 이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전나무 숲 사이로 난 긴 산책로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갈래길이 없어서 개와 함께 산책하기 좋다. 향긋한 전나무 향, 큰 검은 나비와 작고 앙증맞은 점박이 노란 나비들, 작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풀잎들.

이 길을 끝까지 가본 적은 없다. 어제는 1.2km 정도, 오늘은 벤토린 덕분에 1.6km 정도 되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게으르고 의지박약한 나의 이 아침 산책을 도와주는 것 두가지는 열다섯살 먹은 개 '코코'와 나이키+ GPS 앱.

알고보니 개와의 산책은 - 개가 똥을 눌 경우만 제외한다면 - 여러모로 편리했다. 일단 (사람과 비교할 때)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을 해도 된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개 역시 내게 대답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왠지 자기 멋대로 걷기 속도를 조절해주는데, 올라갈 때는 나보다 약간 느리게, 내려갈 때는 나보다 약간 빠르게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익숙해지니까 친절한 개인 트레이너를 둔 듯한 느낌이랄까. 오늘 내려올 때 목줄을 풀어주었더니 이 늙은 트레이너는 혼자 멋대로 가지 않고 신나게 뛰어 20미터 쯤 가다가 멈추어 내가 따라오나 되돌아보고, 다시 뛰어가다가 길 옆의 덤불 냄새를 유심히 맡고, 이런 일을 반복하며 나를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심지어 '우리 이쪽 길로 갈까?'하고 멈추어 서있었더니 저만치 가다가 내가 서있는 걸 보고 다시 되돌아와 산책하던 아주머니들의 탄성을 자아냈다(-_-).




나이키+ GPS는 설명이 필요 없겠지. 처음엔 런키퍼(runkeeper)를 썼는데 나이키+ 앱의 화려한 화면발에 넘어갔다.

nikeplus.com 사이트 역시 런키퍼는 저리가라 할 화려하고 섬세한 화면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 나처럼 게으른 어른들을 어르고 달래 나이키 운동화를 꿰어 신고 아이폰을 들고 문을 나서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나의 미천한 한걸음 한걸음이 이렇게 예쁜 그래프가 되어 나오다니! ㅋㅋㅋ (내 운동화는 아디다스라는 게 함정)

러닝을 다시 플레이백할 수 있는데, 지도 위의 루트와 그래프가 같이 움직인다. 멋지다.

그 외에도 SNS 공유나 목표 설정 프로그램, 도우미 등 이런 종류의 소프트웨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갖추었다. 굿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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