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사과

잡글.blarrr 2010. 10. 17. 22:01


사과를 좋아한다. 일년 내내 사과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하루에 하나씩은 꼭 먹는다. 사과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귀농하면 맨 먼저 사과나무부터 몇 그루 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사과를 좋아했다. 우리집엔 다른 군것질거리는 별로 없었지만 항상 사과가 박스째 있었고, 심심하면 사과를 먹었다. 한번에 몇개씩 먹기도 했다. 보관하기도 쉽고 가방에 쉽게 넣고 다니다 간단하게 꺼내어 먹을 수 있는, 아삭아삭한 빨간 사과는 지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먹을 거리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유나는 따과가 먹고싶어어어!!"라고 소리치곤 했다는 얘기를 아직도 한다.

어려서 나는 'ㅅ(시옷)' 발음을 하지 못했다. 엄마 방에서 시옷 발음을 배우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집에 있었을 때니까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네다섯 살 때였을 것이다. 엄마는 입 속에서 혓바닥을 어디에 어떻게 둬야 하는지, 입천장과 혓바닥과 이빨 사이로 어떻게 바람을 불어서 '스...' 하는 소리를 내는지 가르쳐주었다. 그대로 따라하면 과연 '스...'하는 소리가 났지만 정작 시옷이 들어간 단어를 발음하려면 뭔가 어색하고 잘 되지 않았다. 혀가 짧아서가 아니라 'ㄷ'이나 'ㄹ'처럼 입 속의 기관들이 명백하게 서로 부딪혀서 나는 파열음이 아니고 바람이 그것들을 스쳐가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 있던 간이 침대에 누워서 엄마한테 별자리를 배웠던 기억도 난다. 엄마는 북두칠성과 오리온 자리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들이 남아있다는 게 놀랍다. 왜 어떤 기억은 없어지고 어떤 기억은 오래 남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좋은 기억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지금도 사과를 좋아하고, 지금도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오리온 자리부터 찾는다(사실 아는 게 그것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시옷 발음을 유창하게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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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unjin 2010.10.22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농원 사과 맛 어때?
    1주일에 한 번씩 한살림 사과 주문해서 먹는데
    너무 금방 다 먹어서 좀 많이 살까 싶어서...

  2. 인도코끼리 2010.10.26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삼월이는 은행이 먹고싶다고 난리...

  3. its 2010.11.07 2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라는거 아시죠? ㅠ_ㅠ
    저는 아침에 사과먹어요~ 유기농사과 껍질까지 먹으면 맛있어요 :)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11.23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아침에 먹어요. 쥬스로 마시거나 그냥 씹어먹거나.
      반 잘라서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4. 심천댁 2010.11.30 2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유도 나중에 커서 엄마와 함께한 추억을 가지게 될텐데..걱정이네,맨날 소리만 질러대고 눈치만 보게해서,,애가 매일 편지를 써도 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만 쓴다. 뭔가 더 감성적이고 아른한 그런 감상이 내겐 느껴지진 않는지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12.03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보니 엄마가 내게 화냈던 기억은 없네.
      나 너무 착한 딸이었나?
      '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니 독특한 모녀관계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