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금요일 저녁 이후, 주말내내 우울한 기분으로 책보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저녁때쯤 일어나서 샤워를 하려고 하니 옆집에선 뭘하는지 시끄럽고, 물이 조금씩밖에 나오지 않는다.
화가 치밀었다.

내 의지에 반하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분노가 치민다.
성인이 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 힘으로 그런 것들을 점점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과연 그럴까?
그래. 하고싶지 않은 것들은 하지 않으면 되고,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면 화를 내면 되고, 보기싫은 것이 있으면 떠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 그걸 무능력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생전 처음으로 들었다.

무능력.

어쩌면, 아주 쿠울~하게 샤워기를 다시 제자리에 꽂은채 목욕탕을 나와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싸악 해결할 힘과 돈이 있거나, 아무말 없이 속을 끓이면서 평소의 세배의 시간을 들여 샤워를 하고 나올 참을성이 있거나, '물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것' 식의 낙천주의적인 사고를 가지지 못한 것도 무능력의 일종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사는게 어려워지는 것일까?
여전히 가진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데, 왜 점점 무언가가 나를 옥죄여 온다는 생각이 들까?
안락한 삶이나 성공에의 욕구, 혹은 동료나 친구에 대한 신뢰,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몸부림?
('가족에 대한 책임'이란 덕목은 아직 내 삶에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어쨌든 무능력한 나는 마치 미로 속에 갇힌 생쥐처럼, 유머감각조차 잃어버린채 어쩔 줄 모르고 여전히 화만 나고 있다.

썅!

'잡글.blarr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를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  (12) 2003.06.02
나이들어 밤새우기  (3) 2003.05.31
운동을 시작하다  (4) 2003.05.24
  (3) 2003.05.20
무능력과 분노는 비례한다?  (5) 2003.05.11
심심할땐 담배갑 분리수거를...  (7) 2003.04.26
기호, 빛을 발하다  (0) 2003.04.24
춘천. 희끄무레한 도시. 요새.  (1) 2003.04.23
performance  (0) 2003.04.2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뾰족이 2003.05.12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 무능력이 아니라 욕심이지.. 모든 문제를 힘과 돈으로 해결해려고 하는 물질만능주의적 사고이고.. 수도를 하는 스님이나 수녀님들은 그런거 없이두 아주 평온한 삶을 사는데 반해서 사소한것 하나에서 무능력을 찾는다는건 아주 욕심이 많은 욕심쟁이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 제부가 ㅋㅋ-

  2. BlogIcon yuna 2003.05.14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말야..넌 항상 잘못 짚어...-_-그게 너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지 ㅋㅋ

  3. BlogIcon 날붕어 2003.05.15 2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말야, 난 다 읽고나서 맨끝에 막 웃어버렸다. 헤헤=_=;;썅!...그리운 그 한마디....황선배의... 푸하하.엇, 미안. ㅋㅋ

  4. BlogIcon yuna 2003.05.27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체육대회는 역시나 못가고 말았군요..우리의 영원한 황선배도 아마 못오고 말았지 않았겠느냐는...ㅋㅋ

  5. BlogIcon 햇살 2003.06.14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능력에 대한 분노 나아가서 실수에 대한 분노, 즉 자신을 향해 퍼붓는 분노의 표현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실천은 어렵지만,,,,,,저 자신,,,,,아주 소심하여 사소한 실수에도 자책을 심하게 하는 편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