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새벽. 고양이

고양이.cats 2008. 8. 23. 05:58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오줌을 누고 고양이들 밥을 주고 자리에 누웠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불안했다. 창턱에 올라앉은 키키를 불렀는데 이녀석은 꼼짝도 않고 창문틈으로 푸르게 동이 터오는 바깥 세상을 내다보고 있었다. 귀를 창문에 바싹 대고 눈은 바깥 여기저기를 빨아들일 듯이 탐하고 있다.

녀석은 아주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 고요 속에서 녀석의 꼬리만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처럼 가끔씩 움직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눈이 마주치자 마치 다른 고양이가 된 것처럼 부드러운 표정으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너를 좋아해'라는 뜻이다. 나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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