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광복절날 동생 누룽게이네 집에 가서 쌀국수를 해먹었다.
인스턴트 포 소스로 만드는 법은 여기저기 많았으나 제대로 만드는 법은 여기 밖에 없었는데, 게다가 재료의 양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아서, 이곳과 포 소스의 원재료를 참조해서 내 맘대로 만들어봤다(재료는 3인분 기준).
양파 초절임 만들기.
양파 두개를 링 모양으로 썬다. 식초랑 물을 1:1 정도로 섞고 소금 1작은술을 넣어서 양파를 두시간 정도 담가놓았더니 겨우 좀 숨이 죽더군. 꺼내어서 꼭 짜놓는다.

3mm짜리 쌀국수 250g을 한시간 정도 물에 담가 불린다.

양지머리를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원래 2~3인분 하려면 600g 정도 돼야 한다는데
한우가 너무 비싸서 300g만 했다(저만큼이 만원이 넘어 ㅜ.ㅜ;).
소고기를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는데, 닭고기 육수는 맛 내기가 힘들다고 하고
뭐가 들었는지 모를 포(Pho) 소스를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역시, 소고기는 국물 맛 내는 데 으뜸이라는 걸 깨달았다(적어도 냄새는).
(이런 소를 으흐흑. 이런 고마운 소한테 소를 먹인 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집에서 바리바리 준비해온 향신료들.
시중의 쌀국수에는 회향, 큐민, 산초, 초과(!) 이런 것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줏어들었으나 뭔지도 모르겠고 찾기도 귀찮아서 패스.

찬물 2리터 정도에 소고기와 양파 1개와 대파 1/2개를 듬성듬성 썰어넣고
(사실 양파와 대파 모두 국물을 내기 위한 것이므로 4조각 정도만 내도 충분함),
마늘과 생강 한통씩을 저며서 넣고 끓인다. 거품이 나면 떠낸다.

좋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고 소고기의 겉면이 좀 익었다 싶었을 때
좀더 빨리 익히려고 고기를 3등분했다.
그 다음에 찬물을 좀 더 넣고 통후추와 고수(coriander), 정향(clove) 1큰술씩, 스타아니스(star anise) 2~3개, 계피(cinnamon) 2~3조각, 월계수잎(Bay Leaves) 2~3장을 넣고(향신료 양을 잘 몰라서 대충 넣었다) 한시간 정도 더 끓이니, 쌀국수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
(냄새만 맡아보고 다들 '와~ 잘돼가는가보다'라고 착각했음 하.하.하.)

고기를 꺼내어 얇게 썰었다. 3인분치고는 고기가 너무 많은 듯 해서 반 정도만 고명으로 얹고 나머지는 조카 하람이 이유식 재료를 하기로.
그다음에 국물에 소금 3작은술, 후추로 간을 했다.

쌀국수를 끓는 물에 30초 정도 삶아 건진 후 육수에 말고 썰어놓은 소고기를 얹는다.
고추 두세개와 숙주나물 300g, 준비해둔 양파 초절임을 같이 낸다.
(좋아하는 하람이. 니껀 없단다.)

숙주를 국수 밑에 숨겨둔 후 숨이 죽고 맛이 배면 아삭아삭 먹는다.
(으히히 쩝쩝 이것 때문에 쌀국수를 먹는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원래 칠리소스나 해선장 같은 자극적인 것은 넣지 않고 레몬즙만 넣어서 먹는데,
시중의 쌀국수에 비해 너무 싱거운 거 아닌가. 싱거워서 그런지 숙주도 숨이 잘 안죽었다.

혹시나 하고 가져온 50g짜리(2-3인분) 인스턴트 포(Pho) 소스를 녹여넣었더니
그때야 쌀국수집에서 파는 진한 국물 맛이 나더군 ㅜ.ㅜ.
너무 진해서 나중에 다시 물을 부어 끓였다.
이 소스에는 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간 거냐 싶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휴. 이걸 또 해먹을지는 잘 모르겠다.
국물맛이 왜 제대로 안났는지, 소금을 왕창 넣었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음.. 누가 아는 분은 좀 설명을...(굽신굽신)

마가리타도 만들었는데 너무 많이 마셨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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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식객'을 보는데 이런 말이 나왔다.

먹는다는 건 좋은 게야.
끼니가 있으니까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번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이렇게 얼굴 맞대고 앉아서 같이 먹고, 얘기도 하고, 또, 목소리도 기억하고 말야. 그렇지?

대령숙수(최불암)가 오랜만에 집에 온 성찬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상을 차린 후 식탁에 마주앉아 한 얘기다(이렇게 써놓으니까 느낌이 잘 안오는데 최불암 목소리로 들으면 느낌이 팍 온다).


먹는다는 건 참 좋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