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코엑스몰에는 (아직까지는) 일식집이 딱 한군데 있다.
대형문구점인 링코 옆에 있는 `하나비(花火)`라는 곳.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으리.다.

코엑스몰은 워낙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푸드코트나 햄버거집은 많아도 제대로 조용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만한 곳은 별로 없는데, 1년 전쯤인가 그나마 이집이 생긴 것이다.
처음 갔을 때는 생긴지 얼마 안돼서인지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음식과 서비스는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오늘.

일식집에 가면 항상 정식을 시키는 편이라 별 생각없이 정식을 2인분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나 매니저쯤 돼보이는 여자가 대뜸
`정식은 지금 안돼요. 메뉴에 `런치`라고 써있쟎아요.`라고 한다.
보니까 점심은 정식이고 저녁에는 `특정식`이랜다. -_-;
그래. 누가 뭐랬냐. 손님이 메뉴를 잘 못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어쨌든 그럼 특정식을 달라고 했다.

기분은 조금 상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이집 종업원들 참... 뭐가 그리 급한지 거의 뛰듯이 음식을 날라오고(그러다가 결국은 내 술잔을 엎어뜨리기까지 했다) 또 휑하니 가버리고 한다.
테이블 위의 간장병엔 간장이 하나도 없어서 달라고 했더니 리필을 해놓을 생각은 안하고 옆테이블의 간장을 갖다가 자기 멋대로 부어주고는 다시 그 테이블에 가져다놓는다.
나는 간장을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붓는데, 종지가 철철 넘치게 부어놓고는...

게다가 `특`자까지 붙은 정식의 음식이란 -_-;
맛도 종류도 양도 너무 심했다.
우선 사시미는 2인분인데 가장 흔한 두종류 생선으로 여섯 조각이 나왔던가 -_-
게다가 스시.
내가 좋아하는 생선으로 만든 스시는 4분의 1도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주먹밥과 김초밥, 알초밥 등이었다(새우 초밥 조차 없었다).
조림도 찜도 아예 생략. 면도 생략. 마끼도 생략.
튀김은 작은 새우 하나, 다시마 조각 하나, 그리고 누가 먹다 만 것 같은 사방 1.5센티 정도의 버섯 조각 하나 이렇게 세조각이 -_-;
후식이라고 나온 사과는 얼마나 소금물에 오래 담그어두었는지 짠맛이 깊게 배어있어서 사과맛조차 나지 않았다.

원래 일식은 푸짐하게 나오지 않는데도 나는 항상 배가 불러서 음식을 조금씩 남기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평소에 안먹던 미역줄기까지 싹싹 다 먹었는데도(그러다가 이 사이에 끼었다 뎅장 ㅠ.ㅠ) 너무너무 허전할 정도였다.
내가 돼지가 된건가?
가격은 일식집 치고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싼 가격도 아니다.

나는 음식을 먹고 나서 너무 맛있다거나 너무 형편없을 때는 그곳 주인이나 주방장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는 편이다.
계산할때, 음식이 좀 부실하지 않냐는 나의 말에 종업원인지 매니저인지 모르겠던 그 여자는, 특정식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둥 하며 변명+훈계를 하려 든다 -_-;
아... 짜증나. 그냥 나와버렸다.

나는 생선을 좋아해서 일식집에 자주 가는 편이고, 그만그만한 일식집을 많이 가본 편이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너무 푸짐한 음식을 싫어해서이기도 하고.
다행히 내 오감 중에서 가장 약한 것이 미각이며, 나는 그리 미식가는 아니다.
그런 내가 일식집을 찾는 날은 그 조용함, 정갈함, 친절함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히 한끼 식사를 하고픈 날이다. 정성이 들어간 대접을 받으며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싶어서 보통 식사의 몇배나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도 찾는 것이다.

뭐든 망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음식점은 특히 그렇다.
조금만, 하나라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말이다.
으... 그렇게 부산스럽게 서로 소리를 지르며 부르고 정말 바쁜듯(손님도 별로 없더만 -_-) 돌아다니는 종업원들 하며...

뒤져보니 그집, 홈페이지도 있다.
http://www.hanab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