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1-06-27 18:54 어제는 하루종일 먹고 놀았다. 요가도 하지 않았고 책도 읽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고 점심을 먹고 고양이들과 놀고… 그리고 6시쯤 저녁을 먹고 9시가 안돼 잠이 들어서 오늘 아침 6시반까지 9시간이 넘게 잤다. (그 와중에 잠들기 전에 아조딜, 밤 열한시쯤 일어나 오메가3를 루시 버디 방울이에게 먹이고 잤다. 아마 나란 인간은 총 맞고 쓰러졌다가도 열한시에 일어나 고양이들 오메가3를 먹일 듯;)

루시가 인슐린을 맞기 시작한 작년 3월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 잔 건 처음인 것 같다. 1월에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 아침에 더이상 잠이 오지 않을 때까지 뒹굴거리며 누워있다 일어났다. 꿈같은 달콤한 잠이었다. 몇년 전 우울증으로 자낙스 먹고 삼일 내내 잤던 그때 느꼈던 달콤함이었다.
죽을 때도 이렇게 죽었으면 좋겠다.
하아… 이제 긴 잠을 자야지…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마지막 숨을 쉬면 좋을 것 같다.

키노 맥그레거의 #아쉬탕가요가의힘 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 읽다가 오늘도 열시 전에 자야지.
#books #아쉬탕가요가의힘

2021-06-27 20:35 1부 ‘이론’의 ‘아쉬탕가 요가의 영적 수련’에 나오는 내용. 3년쯤 전의 나였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라고 했겠지만😂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한 지 2년이 된 지금은 이 말들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 위빳사나 명상을 알게 된 것보다 아쉬탕가 요가를 알게 된 후 (어쩌면 둘 다 알게 되어서 더욱) 나의 마음은 더 많이 평화로워졌는데, 그건 단순히 심리의 변화라기 보다는 뇌 혹은 신경 혹은 몸 전체의 물리적인 변화에서 오는 어떤 것으로 느껴진다. 애당초 마음과 몸을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하는 개념 자체가 말도 안되는데, 그게 말도 안된다는 사실을 요가를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보면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하루 20분, 수리야나마스카라부터, 일주일에 3일을 하고 6개월에 하루씩 늘려가라고 나온다. 나는 처음부터 프라이머리 시리즈의 반 쯤을, 일주일에 5-6일, 한시간 넘게 했다. 대부분의 아사나가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아마도 이게 나를 이끌어가는 또하나의 힘이구나 생각한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할 때 더 재미를 느끼고, 지치지 않고 미친 듯이 파고들곤 한다. 물론 그게 더이상 새롭지 않다고 생각할 때, 계속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때 그 에너지는 그만큼 빠르게 사그러들었다.
그러니 지금 내 삶의 방식은 아마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겠지.
#books #키노맥그레거 #아쉬탕가요가의힘

2021-06-27 21:56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이 가지는 매력(?)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이지 1도 이해할 수가 없다. 보석이나 가방 같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볼 때와 비슷한 심정이다. 그 사람들이 ‘종이책의 매력’이라고 말할 때 그 ‘책’이 정말로 읽기 위한 책을 말하는 게 맞나? 사람들은 정말로 이렇게 무겁고 큰 물건을 들고 다니며 읽는다는 말인가?

출퇴근 시간에 이만한 책을 (그렇지 않아도 점심과 저녁 도시락으로 이미 무거운) 가방에 넣고 전철 안에서 꺼내어 한 손으로는 책을 들고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어깨가 쑤셔온다. 게다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그으려면? 한 손으로 책을 들거나 옆구리에 끼고 한 손으로 가방 지퍼를 열어 필기도구를 꺼낸 후 다시 가방 지퍼를 닫고 필기도구를 둘째와 세째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첫째와 둘째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긴 후 읽던 페이지를 찾아 밑줄을… 상상만 해도 힘겹다.

흠… 아니면 그 사람들은 평생 이사를 할 필요도 없고 책장을 비우거나 옮길 필요도 없이 넓은 서재에서, 변함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엄청나게 크고 넓은 책꽂이의 책을 빼내어, 변함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자신만의 책상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고, 필요하면 살짝 팔을 뻗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수십개의 필기도구들 중 하나를 골라 책에 밑줄을 긋는, 그런 복받은 사람들인가.

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말을 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 - 책을 쓰거나 편집하거나 그리거나 - 이었던 듯🧐.

이 책은 도서간에서 빌려왔다. 이 책의 내용이 아무리 내게 필요하다 해도 내가 이 책을 종이책으로 사서 읽고 평생 내 집에 보관할 가능성은 10% 이하이다. 만약 이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있었다면 나는 이미 몇달 전에 구매해서 다 읽고 필요할 때 찾아보고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 그 내용이 필요한 지인들에게 보내주거나 아예 전자책을 선물했을 것이다. 내겐 종이책을 들고 다닐 힘도, 책상에 앉아서 읽을 시간도, 사진을 찍어서 공유할 여유도 없다.
책 만드는 사람들만 이걸 모른다.

2021-07-10 14:51 ‘요가의 목적은 마음과 영혼이 끝없는 경험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궁극의 자유를 얻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마음이 한 점에 주의를 집중한 채 일정기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마음은 더 깊은 실재의 수준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드리쉬티(drishiti. 응시점)는 마음이 한 곳에 집중하면서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도록 훈련 하는 수련법이다.’
- 키노 맥그리거의 <아쉬탕가 요가의 힘>

요가의 기원과 이론을 다룬 앞부분은 흥미로운데 뒷부분 아사나의 설명은 텍스트+이미지 한두장의 형태라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그리고 프라이머리 시리즈는 이미 다 알아서…음…). 아사나에 대한 설명은 키노의 유튜브 채널에서 듣는 게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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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적합한 수행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행법은 잘 모르겠지만 나를 움직이는 것에는 두려움 말고도 몇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직접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일의 무조건적인 즐거움.

토요일 오전 요가를 마치고 들기름 메밀국수를 먹는다.
#books #KinoMcgregor #ashtangayoga

2021-07-10 19:26 ‘아쉬탕가 요가는 우리가 고통이나 근심, 슬픔 속에 있든, 또는 그 어떤 상황에 있든 그 한가운데에서 숨을 쉬라고 말한다. 아쉬탕가 요가 자세들에 숙달되었음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자세를 올바르게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자세를 취하는 동안 깊고 안정되게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쉬탕가 요가는 몸에서 시작하여 마음과 영혼에 영향을 미치면서 점차 인간의 정신을 변화시킨다.’

2021-07-18 20:16 ‘실패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오히려 가장 많은 내적 성장이 일어나는 때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완벽한 요가의 몸과 완벽한 요가 자세를 얻는 것는 때로는 그저 부상이나 나이로 그것을 ‘잃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때 우리는 이 여정의 본질은 결국에는 아사나와 상관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는 당장은 분명히 보이지 않더라도 결과들에 대한 믿음을 갖기를 요구한다. 지금 이순간 어려움을 겪더라도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궁극의 목적인 내면의 평화가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적인 믿음이다. 요가는 자기를 진정으로 믿는 법을 보여 준다.’
‘... 자기 주변에 모든 곳에서 사랑을 보려면 무한한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요가는 세상에서 치유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힘을 준다.’
#books #키노맥그레거 #아쉬탕가요가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