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0-12-31 22:01 그렇다고 한다.
아이쿠 어르신들께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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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연말 결산을 하려고 했는데 요가 끝나고 나니 너무 늦어서 1번만 써두고 나머지는 내일 써야지;;

1. 40대는 갔다. 좋은 한해였다....

2. 고양이들

2월에 루시가 당뇨 진단을 받았다. 루시 인슐린 시간에 맞춰 다른 고양이들까지 하루 2회로 식사를 제한하고 췌장 기능이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생식을 주기 시작했는데, 노묘들에겐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다들 체중이 점점 줄었고 키키는 신부전으로 5월 초에 훌쩍 세상을 떠났다.
키키가 떠난 후 혹시 다른 고양이들도 어디 아픈 건 아닌가 싶어서 급한 마음에 나머지 세마리를 모두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방울이와 버디는 신부전 초기, 지지는 심비대 소견이 있었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동안 다들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녀와서도 오랫동안 구토와 잠혈 등으로 고생들을 했다.

3. 건강

요가를 시작한 이후 몇달 동안 발레+요가+명상을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했는데 루시가 당뇨 진단을 받은 후부터 점점 힘들어서 한가지만 하거나 그것도 중간에 그만두는 날이 많았다. 5월에 키키가 떠난 후로는 한동안 명상이나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고양이들의 병이나 죽음 앞에서 내 어리석음과 조급함을 탓하고 불안해하며 거의 패닉 상태였고, 일도 계속해야 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다. 눈가 경련, 새벽에 직장 쪽의 통증으로 깨는 일이 계속됐고, 6월에 출근을 시작하면서 천식도 도져서 다시 흡입제를 쓰기 시작했다. 7월엔 피곤할 때 시야가 좁아지는 증세가 10년 만에 다시 생겼고, 오랜 시간 앉아서 일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서인지 새벽에 오줌 마려워서 깨는 일, 지속적인 하복부 통증이 생겼다. 산부인과에서 방광염 검사를 받고 항생제까지 먹었는데 알고 보니 방광염이 아니었다. 난소 쪽 문제인가 싶어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6월 중순부터 집에 있으면서 고양이들의 식사와 약, 보충제, 주사를 규칙적으로 챙길 수 있었고, 몇달에 걸쳐 고양이들의 체중과 컨디션이 천천히 안정돼 갔다. 윗집 소음과 냄새 때문에 이사를 가려고 하다가 전세가가 너무 올라서 못갔는데, 뜻밖에도 9월 초에 위층이 이사를 나갔다. 신경을 많이 썼던 문제들이 없어지고 나 역시 천천히 몸과 마음이 안정되었다. 겨울 들어서는 발레를 거의 하지 않고 요가와 명상만 하고 있는데 처음과 달리 갱년기 증상 같은 게 다시 도지지는 않고 있다. 요가를 처음 배울 때와 달리 후굴 동작을 포함한 프라이머리 시리즈 전체를 해서 그런 듯. 하복부 통증은 아직도 가끔 있어서 올해 초에 하복부 초음파나 내시경을 할 예정이다.

4. 수행

불교 공부와 수행을 시작한 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시비호오나 자아에 대한 상 같은 것들이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몸이 바뀌는 것처럼 정신, 혹은 인식도 뭔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차원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전보다 더 많이 웃기고(나쁜 뜻은 아니고... 깔깔거리며 많이 웃었다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꼭 필요한 일 외에 대부분의 일에 아무 생각 없이(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궁극적인 고(苦)=죽음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다. 키키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으면서 그걸 알았다. 죽음에 대해, 애착하는 것들을 잃는 고통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문이나 의구심이 남아있는데 그걸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해야하는 건지, 시간이 흐르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올해 다들 코로나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내 경우는 그다지 바뀐 게 없다. 원래도 대부분 재택으로 일을 했고, 음식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고, 대부분 걸어다녔다. 시끄러운 위층 때문에 낮에 스타벅스에서 일하곤 했는데 위층은 이사가고 카페는 코로나로 못가게 되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잘 만들어졌다. 한달에 수십만원 나가던 돈도 절약되고. 2주에 한번 요가 레슨은 1:1인 데다 선생님이 집으로 오시는 거라 그대로 계속했다. 한달에 한번 내려가던 실상사를 못가게 된 것과 매주 하던 명상 모임을 온라인으로 하게 된 것 정도가 바뀌었다. 그래도 코로나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8월과 10월에 실상사에 다녀올 수 있었고,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정기적인 요가 레슨과 명상 모임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요가 선생님과 명상 선생님, 그리고 도반들에게 감사한다.

5. 밥벌이, 그림책

1월에 일이 하나 끝났고, 1월부터 5월까지는 반만 일하고 보수를 반만 받으면서 회사 소개 자료를 만드는 일을 했다. 보수는 적지만 집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아는 회사 대표님이 배려해주신 거였는데, 그림책이 그다지 진전이 없었다. 6월부터는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출퇴근하기로 하고 다른 일을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달이 안돼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두가지 일(밥벌이와 그림책)을 동시에 하는 게 내게는 불가능한 것 같아서, 그리고 딱히 다른 재택 일도 들어오지 않아서 7월 이후 지금까지 그림책 작업만 했다.
다른 그림책과 책, 강연, 동영상들을 이것저것 보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로 스토리와 장면을 보강해나갔다. 무엇보다 내 삶의 변화하는 모든 양상이 그림책의 스토리를 구체화해나가는 데 조금씩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었고, 그렇게 질질 끌던 스토리의 결말을 완성했다. 2020년 말까지 그림을 모두 완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열심히 그림만 그린 건 아니고 고양이들과 노는 틈틈이(...) 기분이 내킬 때 내키는 장면을 그림을 그렸고, 잘 안되면 그냥 내버려뒀다. 밥벌이를 할 때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고 때가 되면 되겠지 했다. 다만 그날그날 규칙적으로 즐겁게 살고,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했다.
올해는 이전처럼 많은 보수를 받고 일한 게 아니라서 몇달 쉬니까 돈이 금방 떨어졌다. 이제 밥벌이를 해야하는데 고양이들 수발 때문에,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재택 일을 구하려니 쉽지가 않다. 인력 소개 업체에서는 '요즘은 다들 돈을 조금 받더라도 재택으로 일하고 싶어한다'며 재택 일을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보수를 많이 깎아야 할 거라는 뜻) 했다. 아, 이것도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점이라고 해야할까. 예전의 나는 세달만 일을 안해도 초조했는데 지금은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겠지'라고 생각한다. 거리에 나앉거나 굶어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이전처럼 끔찍하게 우울하거나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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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나 여행이 아무리 좋았어도 끝난 후 돌아보고 요점 정리(...)를 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리는데, 인생의 시간도 그런 것 같다. 내 뇌가 좀 휘발성이 강한 듯.
연말 결산을 하고 또 이전의 연말 결산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한해, 한해 달라진 나를 알게 되고 다시 방향을 잡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래서 올해도 시간을 들여 기록과 기억을 돌아보고 긴 글을(뒤늦게;;) 썼다.
2019년 연말 결산
#goodbye2020 #yearendmessage #연말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