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체중 감소와 설사

2020-02-22 10:49 루시가 몇달째 체중이 너무 감소해서 화요일에 동네 동물병원에 갔다. 혈당이 400 이상 나와서 인슐린 0.15ml씩 4일째 주사 중인데, 변이 점점 묽어지고 자주 누고 있다. 식욕은 계속 좋고 컨디션도 괜찮아 보이는데 예감이 좋지 않다. 월요일에 다시 가서 인슐린 투여하면서 혈당 곡선 보고 인슐린 투여량 결정하고 다른 아픈 데는 없는지 검사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듯.

노땡은 어제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며칠 동안 집에 올 수 없고, 고향인 춘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고, 차가 없으니 택시를 불러야 하나, 주말이니 카카오택시도 안될 텐데, 여러모로 착잡하다. 당뇨이거나 인슐린을 투여했다고 해서 설사를 하는 건 아닐 텐데 혹시 동물병원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옮은 건 아닌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너무 무기력하다.

의사 선생님과 통화했는데 인슐린 때문에 설사가 나는 경우는 있을 수도 있으나 드물다고. 당뇨 때문에 장기가 안좋아져서 갑자기 설사를 할 가능성도 낮다고. 사실 그 며칠 전부터 변이 묽어지는 경향이 보였다고 하니 분변 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심. 그리고 전염성이 있지 않나 걱정했는데 일주일 이상 지났는데 다른 고양이들이 괜찮은 걸로 보아 괜찮을 것 같다고. 일단 오늘 항생제를 약으로 투여하기로. 인슐린을 끊어보고 변화가 있는지 보는 건 좀더 미뤘고, 루시를 병원에 데려가기 힘든 상태라 내가 변을 채취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요당 검사(소변검사지)

2020-02-23 23:54 고양이 변기 벅벅 긁는 소리에 얼른 뛰어나가 루시 오줌을 받고 소변검사지 투척.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다. 첫번째는 케톤 검출인데 보라색으로 변하면 위험하다고 했고, 네번째는 당인데 (당뇨 환자의 경우) 갈색으로 변해야 하며, 변하지 않으면 저혈당일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첫번째 색깔이 약간 변한 게 좀 의심스러운데 내일 아침에 전화해봐야겠다. 설사가 계속되는 건지 뭔지 오늘은 똥을 안눠서 알 수가 없네. 어쨌든 수요일쯤 혈당곡선과 전체적인 검사를 하러 가기로.

탈수와 고열, 혈액 검사와 수액 처치

2020-02-24 17:45 어제 밤 루시가 자꾸만 물을 마시고 차가운 현관 타일 바닥에 내려가 엎드려 있길래(우리집은 현관 바닥도 마루바닥과 마찬가지로 청소 소독함;;) 혹시나 하고 코와 귀를 보니 뜨겁다(다른 고양이들과 비교해봄). 새벽 한시인 데다 노땡이 없어서 차가 없고... 검색해보니 이 도시 전체에 24시 동물병원이 없더라. 멘붕에 빠져 인터넷에서 고양이 발열의 원인을 찾아보니 아무래도 설사로 인한 탈수 같아서 물그릇을 가까운 데 놔주고 그대로 찬 곳에 두었다. 다행히 조금 있다 열이 내렸다.

밤새도록 밥그릇, 변기, 물그릇, 루시 누운 자리의 중간에 누워있다가 루시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가서 뭘하는지 다시 열은 나지 않는지 활력은 있는지 확인했고, 새벽에 첫 오줌을 받아서 다시 요당 테스트를 했다. 어제와 비슷했다. 다른 건 정상이고 케톤뇨 부분이 약간 핑크로 변했다.

이른 아침 몇시간 눈을 붙인 후 오전에 용산 민트동물병원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지지방울이 전발치 수술을 한 곳인데, 아이들을 데려갈 때마다 그 상황에서 추측할 수 있는 원인과 가능성, 필요한 조치를 세세히 설명해주셨고, 합리적이고 꼼꼼한 처치를 해주셨고, 멘붕에 빠져서 전화를 드릴 때마다, 집이 멀어서 고양이를 데려갈 수 없을 때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알려주셨다. 이번에도 긴 시간 전화로 상세한 상담을 해주셨다(너무 고맙습니다ㅜㅜ).

일단 처음 데리고 갔을 때 일주일 기다리지 말고 프락토사민 검사와 혈액검사를 바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지만, 그건 의사마다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설사는 인슐린과는 상관없고, 시큼한 냄새 얘기를 했더니 장 내에 있는 어떤 종류의 세균(이름 잊어버림)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설사를 일으켰을 수 있는데 그때 시큼한 냄새가 난다며 혹시 변 색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냐고 하셨다. 이런 경우는 분변으로 세균 검사를 하고 균에 맞는 항생제 처치를 하면 삼일 정도 만에 설사는 쉽게 잡을 수 있다고.

당뇨 같은 호르몬 관련 질환은 언제 상태가 나빠질지 모르니 집 가까운 병원에 가야 하며, 하루종일 하는 혈당곡선 검사도 꼭 해야하는 거라고. 일단 설사부터 잡아야 하는데 루시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게 어려울 경우 분변 채취해서 가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수 공통 바이러스로 발생했지만 인간 간의 감염으로 퍼진 후 다시 고양이에게 전파될 수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자세히 알려주셨다. 안심 또 안심.

그렇게 택시를 타고 동네 동물병원에 루시를 다시 데려왔다. 이전에 방울이, 키키 변비로 고생할 때 잘 봐주셨고 키키 스케일링과 발치 해주셨던 선생님을 뵈었다. 이분도 꼼꼼히 설명과 처치해주시는 분이라 꽤 신뢰하는 분인데 며칠 전 왔을 때는 안계셨음ㅜㅜ. 일단 혈당이 498이 나왔고 탈수가 심해서 바로 수액 처치를 시작했다. 당뇨에는 원래 탈수가 있는데 설사로 더 심해진 것 같다고. 30분쯤 더 기다려서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인 췌장의 염증 수치가 조금 올라가 있는데, 그래서 설사가 있을 수 있다고. 대장 내의 세균이든 췌장의 염증이든 처치는 비슷하기 때문에 분변 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췌장에 문제가 있는지 복부 초음파도 하는 게 좋은데(이건 민트동물병원 선생님도 얘기하셨던 것), 지금은 염증과 설사를 잡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니 다음에 내원했을 때 다시 고려하기로(* 저녁에 루시 데리러 갔는데 아무래도 오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복부 초음파도 하셨다고. 14세라는 나이나 높은 당 수치에 비해 장기들의 상태가 놀랄 만큼 좋고 췌장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원래는 입원해서 수액 맞고 혈당 체크하면서 24시간 이상 혈당 곡선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 병원은 24시간 병원이 아니라 아침 9시부터 저녁 6:30까지 검사를 한다고. 입원 검사를 하려면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고양이의 경우 입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일단 오늘 저녁까지 최대한 수액 맞고 3일간 집에서 설사약 먹이고 요당 체크한 후 금요일 오전 통화해 혈당 곡선 체크를 위해 언제 내원하면 좋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3일간 할 일은:

1. 하루에 240kcal를 아침 저녁 2회만 투여. 당뇨는 칼로리와 혈당치를 일정하기 유지하면서 혈당을 점점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밥을 주고 다 먹고 나면 인슐린 2회를 투여함. 사료 이외에는 주지 말 것.
2. 모레(수요일) 오후쯤 요당 확인. 지금에서 변화가 없는지 확인한다.
3. 설사약(=췌장염 약. 효소, 항생제, 위 보호제 등)을 목요일까지 3일 먹임
4. 그 외에 밥을 안먹거나 요당에 변화가 있거나 하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함

병원 옆 맥도날드에서 루시 수액 처치 끝나기 기다리면서... 나중에 잊어버릴까봐, 그리고 (항상 그렇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서+비슷한 처지를 겪었던 분들의 다른 의견이나 조언을 구하는 마음에서 자세히 기록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세상 모든 존재가 불필요한 고통에 벗어나 평안하기를.

인슐린 주사기 고르기

2020-02-25 07:26 인슐린 주사기 종류도 이렇게 많다니; 용량만 다른 게 아니었어. 내 고양이가 쓸 건데 대충 살 수도 없고ㅜㅜ. 오픈마켓에서 검색해보니 사람과 고양이가 같은 제품을 쓰고, 대부분 BD(Becton, Dickinson and Company)라는 회사 제품을 쓰는 것 같다. 크게 바늘이 꽂혀있는 1회용 주사기 타입과 펜 모양에 바늘을 갈아끼우는 펜타입이 있는 것 같고, 내가 찾는 건 주사기 타입. 다음과 같은 옵션이 있다.

- 바늘 굵기(숫자가 클 수록 가늘어짐. 30G, 31G 등)
- 바늘 길이(주사기 타입은 8mm, 6mm 있는 듯)
- 용량 : 0.3ml, 0.5ml, 1ml - 눈금 : 1단위, 0.5단위(소용량 모델에만 있음)

아기나 고양이는 작고 피하지방이 얇기 때문에 바늘 굵기가 가늘고 길이가 짧고 소용량, 작은 눈금을 사야 한다. 루시는 아직 인슐린 용량이 정해지지 않아서 0.5ml를 골랐고, 병원에서 주는 건 8mm 짜린데 6mm 짜리를(바늘이 더 짧아서 근육까지 내려갈 걱정이 적음), 그리고 가는 사이즈인 31G를 골랐다. 모델명은 324901(그림 참고).

이렇게 다양한 옵션 별로 모델명이 다 다른데 오픈마켓 상품 선택 옵션이나 상세 이미지에 옵션명이 나와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확인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들 어떻게 물건을 사는 건지, 그냥 대충 사는 건지...? 게다가 유효기간도 확인해야 하는데 대부분 2년 정도 남은 걸 파는 듯.
----------
주사기 옵션과 설명 참고한 곳
* 제조사(BD) 설명
* 약사 설명
* 집사 사용기

사료 칼로리 계산

2020-02-25 13:39 고양이 당뇨용 사료도 사고 열량 계산도 해야한다.
뭐든 정확하고 성실히 하는 게 내가 제일 잘하는 거ㅜㅜ.
너무 늦지만 않았길.

사료 열량 계산기에서 지금 먹이는 사료와 당뇨 사료, 그레인프리 사료 등을 계산해봤다.

1. 비만 고양이용 사료의 높은 탄수화물 비율
그동안 뉴트리나의 리얼오가닉 인도어를 먹이다가 작년부터 같은 브랜드의 오베서티를 섞어 먹이고 있는데, 지금 보니 비만용 사료라는 게 지방 비율이 낮고 오히려 탄수화물 비율을 훨씬 높인 거더라. 당뇨에는 탄수화물이 안좋은데ㅜㅜ. 일단 루시에게는 비만 사료를 먹이지 않기로.

2. 비만용 당뇨 사료인 로얄캐닌 diabetic과 비교해볼 때 그동안 먹이던 사료보다 단백질 비율이 13% 정도 높고 지방 비율은 낮다. 그런데 로얄캐닌 원료를 살펴보니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곡류와 글루텐이 잔뜩 들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금 먹이는 리얼스틱의 성분을 계산해봤더니 이게 칼로리는 비슷하고 단백질 함유량이 60%가 넘는 데다가 탄수화물은 6.7% 밖에 안들었네. 지방은 당뇨 사료보다는 높고 지금 사료보다는 낮은 정도. 그래서 일단 지금 먹이던 사료에 리얼스틱을 섞어서 칼로리 맞춰서 먹이기로 했다.
#shopping #kitten_lucy

2020-02-25 17:13 루시 잘 때 코나 귀가 조금만 뜨거워도 너무 걱정이 된다.
일단 https://mypetlife.co.kr/12115/ 이런 거 알아둬야지.

2020-02-27 01:27 일주일 동안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회복해야지 하다가 루시가 조금만 이상하면 다시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코 앞까지 다가온 코로나 바이러스 알림에 불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뭔가를 사들이고 몸이 이상하진 않은가 걱정하고.

오늘은 하루 두번 칼로리 맞춰 사료와 리얼스틱을 먹이고, 인슐린 주사를 놓고, 약을 먹이고, 오후에 요당 검사를 했다. 괜찮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안심하고 산책도 다녀왔다(가래침뱉는 아저씨들 때문에 중간에 도망왔지만). 밤에 약 먹이다가 입에서 뭔가 나와서 보니 이빨이 부러졌더라ㅜㅜ. 썩어서 부러진 것 같아 입 안을 들여다보니 한쪽 어금니가 썩은 듯. 작년에 스케일링하러 갔을 때만 해도 타고난 건치라고 했는데. 지난번 병원가면서 차안에서 루시가 울 때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 싶었는데 병원에서 그 얘기를 한다는 게 정신이 없어 잊어버렸다.

입을 억지로 벌리니 앙탈을 부려서 내 손에도 상처가 나고, 루시 입에서 피나고, 약은 부글부글하면서 입에서 막 쏟아져나오고ㅜㅜ. 그 와중에도 ‘미안해 루시 미안해. 약 먹어야돼’하니까 발톱을 슬며시 거두고 부글거리는 쓴 약을 삼키려 애쓴다. 그리고 잠이 들었고, 좀있다 또 열이 났고, 물을 마시고 또 열이 가라앉았다.

고양이방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루시가 항상 자던 자리에서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굳이 내 옆에 있던 높은 의자로 뛰어 올라가더니 큰 소리로 그릉그릉하다 잠이 들었다. 마치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듯. 마침 루시를 그리고 있었는데... 눈물이 찍 났다.
이 아이는...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온 몸이, 온 존재가 기쁨과 신뢰와 따뜻한 사랑 그 자체다.

나중에 울면서 너를 그리고 싶지 않아.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줘. 루시. 미안해. 내가 미안해...
#kitten_lucy

2020-02-28 21:33 루시는 어제 낮과 오늘 저녁에 아주 예쁜 똥을 소담하게 쌌다. 민트동물병원 선생님 말씀대로 약 먹인 지 딱 삼일 만에 설사가 나았다. 심지어 어제 약은 루시가 거의 다 뱉어버렸는데도. 밥은 아침 저녁 두번 정해진 양을 먹어야 하는데 낮이나 다른 애들이 먹을 때 계속 보채서 리얼스틱 조금 짜주거나 사료 몇 알갱이씩을 줬다. 저녁에는 허기졌는지 사료를 급하게 먹고 나서 조금 토했다.

오늘은 오늘 동네 동물병원 선생님과 통화해서 몇가지 여쭤보고 월요일 아침에 일찍 데려가 저녁까지 혈당 곡선 체크하기로 했다.

밥을 하루 세번으로 나눠서 줄 경우 인슐린도 세번 줘야 하는지? 그럴 경우 양은 0.15+0.15를 3으로 나눈 양을 줘야 하는지 여쭤보았는데, 아직 정확한 인슐린 수치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일단 너무 배고파할 때만 조금씩 주고 인슐린은 일정한 양을 하루 두번 주라고.
#kitten_lucy #고양이당뇨 #shop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