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9-06-08 17:26 위빳사나를 하면서 명상을 할 때 몸의 미세한 진동을 점점 명확히 느끼게 되었는데, 몇달 전부터는 평소에도 이 진동을 느끼곤 했다. 몸의 내부에서 오는 진동인지 외부의 진동인지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그런 느낌. 명상 선생님과 도반들에게 여쭤보니 명상 중 흔히들 겪는 일이라길래 신기하네 하고 지나갔다. 조금 즐기기까지 한 것 같다. 이 밖에도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겐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든가 눈 앞에 화려한 컬러나 빛, 풍경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

    위층 소음에 예민한 나날이 지속되던 중 며칠 전에는 집 전체가 울리는 진동이 느껴져서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엘리베이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대답이 있었고 조금 있다 진동이 멈췄다. 그 이후 집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에 초 예민한 상태가 되었고, 급기야 며칠 전에는 일하다 말고 집을 뛰쳐나갔다.

    집 전체가 진동으로 울리는 것 같은데 이게 그냥 내 느낌인지 집에 문제가 있어서 진동이 발생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가장 조용한 장소인 뒷산 무덤가에 올라갔는데 거기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땅 덩어리 전체가 낡은 버스처럼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먼 길거리와 주택가의 소음이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들려왔다. 마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거나 밤을 새웠거나 둘다 했거나 했을 때처럼 땅이 흔들리는 건지 내 몸이 떨리는 건지 모를 진동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무섭고 불안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도 운동도 하지 못한 채 밤늦게 집에 들어가 지쳐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겨드랑이 밑의 근육이 저절로 혼자 움직이는 현상까지 생겼다. 엄마 돌아가시기 전 파킨슨으로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이 있었던 터라 나는 이게 파킨슨의 초기 증세라고 거의 확신했고, 두려움에 떨며 동생과 아빠한테 전화를 해 이것저것 물었다(그리고 아빠한테 큰 걱정을 끼쳤다. 미안해요 아빠ㅜㅜ).

    몇년간 두개내저압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은 이런 증상을 이미 여러번 겪었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다는 다른 현상들도 겪었다고. 그리고 의사들은 이걸 '뇌진탕이나 뇌 관련 질환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들'이라고 했다 한다.

    ......

    생각해보니 명상을 하며 느낀 진동과 집에서 느낀 진동, 무덤가에서 느낀 진동은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느낌 자체는 거의 같았는데 거기서 나는 거기서 딱따구리 소리와 위층 이웃의 발소리에서 느낀 것과 같은 전혀 상반된 감정을 느꼈던 것.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현상이나 환각이 보이는 증상도 그런 것이었을까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두려워하고 없애고 싶어하는 '질병'과 '신기한 체험'으로 추구하는 현상들의 경계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쩌면 같은 현상에 이런저런 다른 이름과 좋고 나쁨의 꼬리표를 붙이고 그 생각에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싸잡아서 판단하면 오류가 커진다지 참. 어쨌든 나는 그랬다. 이틀이 지나니 근육의 '연축'(동생이 가르쳐줌)은 없어졌고, 진동은 간간이 계속 느껴지지만 무섭고 불안한 마음은 없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늘 오랜만에 펼친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이라는 책에 딱 그 얘기가 나오더라.

    우리가 '질병'이라고 여기는 (뇌나 신경과 관련된) 어떤 증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극한 행복감이나 영적인 깨달음을 주는 '추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례들. 급 흥미진진.

    #books #머리를비우는뇌과학
    #붓다로살자

    * 물론 내가 퀘이커교도 같은 사람은 아니라서 신경과 예약은 해두었다;; 다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 2019-06-08 20:04 20년 전 쯤 노땡이 입다가 안입는 걸 5년 전 쯤 집에서 입기 시작했는데 어제 외출복으로 입어보았더니 너무 편하고 때도 안타고(묻어도 안보이고;;) 좋더라. 그래서 오늘도 입고 나옴. 이런 바지 남는 거 더 없냐고 사진 찍어서 노땡한테 메시지를 보낸 후 인스타를 열었더니 이 광고가 뙇. 무섭다.
    #shopping

    절바지나 추리닝 남는 분들은 저에게 #굽신굽신​
  • 2019-06-08 20:21 '마치 바람 때문에 고요한 바다에 파도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나 파도와 바다는 둘이 아니다. 우리의 일심에도 깨달음의 경지인 진여와 무명이 동시에 있을 수 있으나 이 역시 둘이 아닌 하나이다.'

    - 3년 전 오늘 읽었던 #도법스님 글.
  • 2019-06-08 21:37 #nikeplus​
  • 2019-06-08 23:32 ‘결혼생활 고생시킬 유형’
    - 으하하하하 나도 인정.
    근데 한국 남자 여기 80 프로 이상 해당할 듯(체감입니다 아니면 죄송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결혼을 안함 아니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