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지난 주말, 아는 분이 홍대 앞에 새로 오픈한 조그만 카페 '페이퍼 ㅇㅇ'(이거 공개해도 되려나요? 흐흐)'에 모여 앉아서, 벽 하나 가득 메운 책 구경도 하고 대낮 맥주를 마시고 창 밖을 내다보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아직 음악이 나오지 않는 한적한 카페 앞 삼거리엔 자그맣고 동그란 05번 초록 버스가 한대 두대, 지나가고, 이야기가 멈추는 사이사이, 거리의 자동차 소리와 소곤거리는 듯한 바람 소리가 풍겨 들어왔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창가엔 햇빛이 내려앉고, 아득하게, 시간이 멈추는 듯한, 그런 순간들을 오랜만에 맛보았습니다.

세월이 참 빨리 갔다는 생각과 함께, 왜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마침 같이 휘발성고양이님이 그 많은 책들 중 하나를 쏙 뽑아들고 다음 구절을 낭독해주시더군요.

그러나 해가 갈 수록 이런 경험들 중 일부가 자동적인 일상으로 변해 사람들이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되고, 하루 또는 일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알맹이 없이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그래서 한 해의 기억이 점점 공허해져서 붕괴해버린다.
- 다우베 드라이스마.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중. 299 페이지
그날 하루도 그렇게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갈까요. 뭐 그렇다고 해도, 그 자리에 그 카페가 오래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내 주위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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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이퍼땡땡^^* 2007.05.18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음악 나와요~~
    이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도록 좋은 분들과 자주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