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12-22 10:47 미세먼지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측정 결과가 있다는데, 미세먼지 수치보다 미세먼지 독성이 강해진 게 문제인 듯.
  • 2018-12-22 19:38 오늘은 엄마 간병하러 고향의 대학병원에 왔다. 막내 남동생이 간병인 안쓴다고 고집부리면서 아빠랑 둘이 교대로 일주일을 병원에서 먹고자고 간병했고, 나는 (돌봐야 할 고양이도 있고 해서...) 달랑 주말 1박2일 간병하러 온 것. 효녀 코스프레 같은 거라 보면 된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왔는데, 다행히 옆 병상에서 구한 간병인 아주머니께 부탁드렸더니 우리도 도와주시기로. 힘든 것만 도와주시기로 했고 돈은 다 드리려고 했는데 미안해서 그렇게는 못받는다고 한사코 사양하시길래 일단 하루치를 현금으로 드렸더니 겨우 받으셨다. 어떤 놈들은 돈도 많으면서 공짜로 남의 돈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 뺏기까지 하는데 어째서 이런 분들은 힘든 일 하면서 이렇게 양심적이신지ㅜㅜ. 일단 한시름 놨다. 작은고모도 왔다가시고, 양주댁과 형부가 저녁까지 같이 있어줘서 낄낄 농담하며 놀았다.

    서울대병원에 비하면... 6인실인데 창가 자리라 그런지 훨씬 덜 답답하다. 뿌연 미세먼지 너머 해 지는 풍경도 꽤 멋졌다. 게다가 여긴 보호자 휴게실도 있고, 컵라면을 배선실에서 먹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배선실에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먹을 수 있다. 물론 테이블은 단 한개지만ㅋㅋㅋ 불어터진 컵라면을 서서 한번 먹어보면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됨. (물론 서서 먹어도 컵라면은 맛있다.)

    환자용 화장실은 따로 없고 환자와 보호자가 같이 쓰는 화장실이 여러 칸 있는데 엄마는 어차피 화장실을 안쓰므로 상관은 없고. 복도에도 간간이 소파가 있어서 보호자나 문병객이 쉴 수 있다.

    엄마한테 저녁으로 나온 죽을 반쯤 먹여드린 후 삼십분 있다가 요거트에 섞은 가루약을 드리고 또 삼십분 후 뉘어드렸다. 엄마는 말을 시키면 간단한 대답을 하고 가끔 조그만 소리로 뭐라고 혼자말을 하거나 한숨을 쉬고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세계에서 사색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 누군가 시끄럽게 굴면 조용히 하라고 큰소리도 내시다가... 조금 후 잠이 드셨다. 누워있는 엄마는 지금도 너무 예쁘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엄마보고 ‘공주님이시네요’라고 하심.

    여기 간병인 침대도 나쁘지 않네. 옆 환자 친구 가면 #backbend 또 한번 해볼까. 옛날 엄마 같으면 옆에서 깔깔 웃으며 “미친년”했을텐데ㅋㅋㅋㅋ.
    ...........

    엄마가 자니까 뭐 할 일은 없고, 간병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간병인 침대에 누워 또 길고 긴 간병 일기를 써보았다.

    엄마 때문에 요 며칠 형제들 카톡방에서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일단 숫자도 많은 데다가 걱정 많고 우유부단한 집안 내력 덕분에 뭔 일이라도 한번 생기면 카톡방이 터져나감. 그 안에서 우린 해야할 일을 체크해 분담하고, 집에 있는 사람은 정보를 검색해 올리거나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옛날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고, 형제들을 낳아준 엄마 아빠에게 고마워했다.

    고맙다. 모든 게.​

    먹을 걸 잔뜩 준비해놓음ㅋㅋㅋㅋ 간병인 아주머니가 김치전도 주심!
    ​농심 안사려고 했는데ㅜㅜ 매운 걸 못먹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컵라면 계는 농심이 꽉 잡고 있는 듯.

    어후 김치전 매운데 ㅈㄴ맛있음. 난 진짜 병원에 먹으러 오는 듯ㅋㅋㅋㅋㅋ​

    아 네... #소데스까​

    여기 김치가 맛있네. 매운데 맛있어.​

    채널이 백개쯤 되는데 sbs가 없어서 간호사한테까지 물어봤으나 못찾고... 알고보니 지역 채널과 같이 쓰는 듯. 4번. 동물농장 본다니까 엄마 막 웃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