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4-01 09:02 아침 일찍 노땡과 같이 집을 나서려고 준비하는데 방울이가 작은 소리로 ‘애앵’하며 두번이나 나를 불렀다. 나이 들어 구부정한 앞다리에 어쩐지 내가 알던 방울이가 아닌 것 같은 얼굴 표정을 하고 뭔가 말하듯 나를 바라봤다.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

    방울이는 어려서부터 내가 어딜 가든 며칠 만에 오든 본 척도 안하던 아이다. 며칠 전부터는 생전 안올라가던 오디오 앰프 위에 올라가 거실을 내려다보다가 생전 관심없던 물고기 인형을 건드리며 논다. 지금은 내 두 다리 사이에 꼭 끼어서 그릉그릉 행복해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문득 생각했다. 이젠 아침에 고양이 중 누군가 눈을 뜨지 않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자고.

    어제 방울이 몸무게를 재보니 5.3kg. 한창때 몸무게의 딱 절반이다.
    잘생긴 나의 방울이.
    #kitten_belle

    조용히 느긋하게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항상 부시럭거리며 바쁜 집사라서 미안하다. 방울아.

  • 2018-04-01 11:09 ‘각자의 특별한 빛을 발하는 백 개의 인생’.

    이십년 가까이 파견과 프리랜서로 많은 사무실의 많은 책상을 떠돌았다. 수많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아마도) 저마다의 기능과 우선순위를 갖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다른 사람의 책상을 볼 때마다 아득했다. 그건 ‘주변의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한지 살핀다’는 설문 항목에 ‘매우 그렇다’를 체크한 사람을 보았을 때 느낀 아득한 간극과 비슷하다.

    내 인생에는 그런 것이 없다.
    처음엔 이상한가 싶었지만 지금은 뭐 어떤가 생각한다.

    내 안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그때 비추는 온갖 빛을 온몸으로 받아 흡수하거나 섞거나 뭉개거나 반사할 뿐이다. 멍청히 앉아 그저 쏟아지는 빛을 받는 좋은 세월.
    #books #박정은 #공간의온도​

  • 2018-04-02 13:47 혹시나 하고 검색해봤는데 이북으로 나왔다!​ 보경스님+스노우캣님의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불광출판사였어 #books #어느날고양이가내게로왔다

    노석미님의 ‘나는 고양이’는 이북으로 언제 나오나...
  • 2018-04-02 14:26 스타일에 관해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와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에 맞는 스타일을 발견할까? 어떻게 긴 시간을, 혹은 평생을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만화의 창작’에서 스콧 맥클라우드는 스타일이란 ‘작가 자신이 보는 대로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이자 ‘자신이 감동했던 일면’이며 ‘삶과 예술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이라고 말했고, ‘깊숙하고 개인적인 오랜 과정을 통해 (스타일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스타일은 한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떤 것이 내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겠다.
    ‘하아. 너무 예쁘다’ 생각하면서도 이건 내것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
    #books #박정은 #공간의온도​

  • 2018-04-02 19:24 평생 색조화장을 한번도 안해봤다.
    어렸을 때는 크면 하겠지 싶었는데 살아보니 할 일이 없었다.
    하이힐도 한번 안신어봤다.
    결혼을 해라 애를 낳아라 하는 잔소리도 들어본 적 없고(몇번 들었는데 무시했는지도... 여튼 기억에 없다),
    싫은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을 일도 없었다. 그렇게 싫은 사람도 사실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하기 싫은 걸 안해도 괜찮았던 삶,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던 삶에 항상 감사한다.
    내가 잘나서 이런 삶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