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간 일식집의 햇살이 잘 드는 방에서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를 떠올렸고, 오늘 영화를 구해서 다시 보았다.

기름에 볶아지는 푸른 야채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파파야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자르륵 소리가 날 것 같은 하얀 구슬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았던 것 같다. 그 후 15년이나 세월이 흘렀다니. 그동안 나는 뭐가 된 걸까.

겨울이면 따뜻한 나라로 도망가는 꿈을 꾸곤 했다. 나무로 된 시원한 바닥 위를 걷는 맨발들, 천정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 새와 귀뚜라미 소리,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
그렇게 도망갔던 작년 그 여행이 그립다.





그늘에 우뚝 선 버찌나무는 가지를 힘차게 뻗어내고
물의 리듬에 맞춰 가지의 굴곡을 정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변화가 심하다 해도
버찌나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