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17-06-25 14:06 "젊은 시절에 이런 서원을 한 적 있습니다. '나는 내 인생과 내 문학을 일치시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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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명하고 투옥되고 밖에서 통일운동 하고 그럴 때도 내가 무슨 활동가로서의 그런 삶을 산다고 생각 안 하고 나는 지금 문학적 삶을 살고 있다, 이를테면 내 문학이라는 큰 무대에 오른 하나의 배역으로 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그런 문학이라는 내 집이 없었으면 저는 아마 굉장히 방황하고 좌절했을 것 같아요. 근데 뒤에 든든하게 달팽이처럼 문학이라는 집을 짊어지고 댕겼으니까 자신이 있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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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망해서 밑바닥으로 가도 글 쓰면 되지, 이런 생각이 있는 거예요. 그런 생각에 '노름꾼 새벽 끗발 기다리듯이' 믿고 가는 거예요."

- 소설을 잘 안읽는 편이라(대하소설이나 장편소설은 더욱) 황석영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오래된 정원' 정도? 자전은 자신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거라는데 이 인터뷰​만 봐도 엄청난 삶이었구나. '수인'. 꼭 읽어보고 싶다.
메모도 전혀 없이 그 많은 디테일을 기억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니 기억력 좋지 않은 나로서는 엄청 부럽다(누룽게이도 이런데 나는 누룽게이가 빨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게도 그런 든든한 달팽이집 같은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7-06-25 22:42 '화가 홍성담이 북의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걸개그림을 보낸 일로 잡혀 들어갔을 때 호된 고문을 당하고는 나중에 석방된 뒤에 고문자의 얼굴을 그려 일간지에 발표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그 사내의 얼굴이었다.'
- 황석영의 '수인'에 나오는 고문자의 얼굴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홍성담은 '투옥 중 변호인에게 연필과 지우개를 부탁해 속옷 속에 숨겼다가 밤 사이 수사관의 얼굴을 그렸다'고. 출옥 후 이 몽타쥬(?)로 고소고발까지 했으나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미제라고 한다. 20세기에도 그림이 이런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니. 게다가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도 소용이 없다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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