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여행

잡글.blarrr 2008. 1. 28. 15:10

누룽게이 집에서 <여행자의 노래 4>를 듣고 있다(via 인도코끼리).

나에겐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이 두가지 있는데 맥주와 여행이다. 술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좋아서 누가 술 얘기만 해도 당장 맥주 한 캔을 따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인데, 여행에 대한 감정은 좀 다르다. 생각하면 좀 슬퍼지는 그리움에 가깝다고 할까.

여행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가고싶은 곳은 없다. 평생 그랬다. 대단한 경치나 유명한 유적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도 아니고, 호사스런 데서 평소에 못 먹던 별미를 맛보고 싶은 것도, 진귀한 것을 찾아 쇼핑센터를 뒤지고 다니려는 것도, 세상 구석구석을 돌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겠다는 사명감에서도 아니다. 아무 목적도 별 이유도 없다.

내 집이 아닌 집들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잠깐 숨을 멈추게 하는 작은 기대와 낯선 냄새,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길들, 나와 다르게 생긴, 아마 다시 볼 수 없을 사람들과의, 아무리 해야 5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짧은 교감,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아무데서나 팍팍한 다리를 쉴 때 잠깐 가질 수 있는, 쉬어도 된다는 안도감. 먼지처럼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떠돌고 있다는, 하루하루 그냥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안도감이 좋을 뿐.

그게 그리워서 이렇게 남의 집에 와서 멍청히 아파트 벽들을 바라보고 있다가도 울컥하고 슬퍼지는 거다.

여행하면서 맥주 마시면 짱인데.
다음 구절은 <여행자의 노래 4> CD에 들어있는데 글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좋아서 올려본다.

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는다.
- 인디언 호피족의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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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룽게이 2008.01.28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여행 가고 싶다. 낯선 곳을 향하는 발걸음에 담긴 살짝쿵 긴장감과 달콤한 기대, 설레임이 다시 느껴보고 싶다. 10주년 기념 여행까지 5년 남았네. 으아.. 그땐 내가 몇살이야.. 그 전엔 엄두도 못 내겠는데...

  2. Favicon of http://daepang.tistory.com BlogIcon 뾰족이 2008.01.29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미 작것. 주인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제 막 도착한 따끈한 시디를 홀라당 다 빼 먹어버린 느낌이 드네 ㅡ,.ㅡ

    나와 다른 환경에서 풍겨지는 긴장과 기대, 다시 돌아갈 포근한 집이 있다는 안도감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되는데...

  3. 인도코끼리 2008.01.29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시다, 여행. 그까짓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