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7점
박경철 지음/리더스북
http://noyuna.tistory.com2007-12-20T14:16:310.377

페이퍼쿠키에서 빌린 책.

재밌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볼 때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해진다. 아니, 기분이 가라앉는다. 걸어다니고, 웃음을 나누고, 일을 하고, 쇼핑을 하는 이런 모든 평화로운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허깨비같은 것인지 문득 깨닫게 되기 때문일까.

아주 어렸을 적, 잠깐 의사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아무 것도 겪어보지 못했던 주제에 세상은 원래 끔찍한 곳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보다 훨씬 그런 것에 무심했다. 그래서, 외과 의사 같은 것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감성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 몰라서. 몰라서였겠지.

지금 이렇게 나이 들어보니, 나나 내 주변을 스쳐가는 모든 아픔들에 무심할 수가 없다(그렇다고 또 그것들을 위해 뭘 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심장 쪽이 저민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내가 의사가 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

건강해야겠다.


이러한 느낌은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세상에는 정말 삶에 찌들어 죽음을 선택하면서도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화살을 겨누지 않는 분들이 있다. 내게 주어진 작은 시련도 모두 세상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세상이 나를 죽였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서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가슴을 아리게 하는 묘한 모습이기도 하고, 이 각박한 사회에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순박한 사람들의 수동성이 갖는 애처로움이기도 하다.
- p.166-167

내게 세상은 짧은 기호들로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나는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혹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약장수처럼 떠벌려 팔러 다닐 생각은 없다. 스스로도 책임질 수 없는 달콤한 말로 소위 '전망'에 목알라 하는 이들의 목을 축여줄 용기도 없다. 지금껏 내게 주어진 삶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고 여러 가지 시험들을 피해가기에도 숨이 턱밑까지 차는데, 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이 만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 p.314 에필로그 중

'읽고보고듣고.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린 파파야 향기의 기억  (0) 2008.02.09
[영화] 불편한 진실  (0) 2008.01.29
[책] 웹 2.0 기획과 디자인  (2) 2008.01.16
[영화] 타인의 삶  (0) 2007.12.29
  (5) 2007.12.06
닥터 하우스  (0) 2007.11.29
[books]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3) 2007.10.31
도강록  (8) 200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