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읽고보고듣고.reviews 2007. 12. 6. 00:53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病身 같은 여자,
詩集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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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코끼리님의 블로그
에 가서 김수영님의 시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
그때, 저 시를 읽어주던 나직한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 나는 또 얼마나 귀를 기울여 들었던지.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그리고 나는 그 시 안에 들어가서, 그 여자가 되었었다. 근데, 병신같고, 시집같아도, 그래도, 너무 슬픈 여자가 되기는 싫다고 생각했던가. 어렴풋한, 너무 오래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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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씨아저씨 2007.12.06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여긴 왜 댓글이 없는거지...너무 serious? "나"가 나는 아니지만 "여자"는 yuna 같기도 한듯...딱이네뭐.

  2. yunsoo 2007.12.08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가 좋다. 그런데 웬지 안타깝고 슬프다. - -;; 그리고 정말 언니 같다, 저 시의 여자는. (언니가 슬프다는 건 아니고 - -;; )
    :)

  3. yunsoo 2007.12.08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의 댓글을 달면서 나도 모르게 이름을 yuna라고 써버렸어 - -;; 미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