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기도

고양이.cats 2005. 4. 7. 01:18

돈이 없어도 고양이들 먹을 것은 챙겨야 하기에 주문한 통조림을 낑낑대며 들고 집에 왔다
박스는 칼로 뜯어서 접어 밖에 내놔야지 하면서 박스 가운데 테이프 붙여진 곳을 칼로 긋고 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
박스 뒤로 돌아가 보니 키키 코에 빨간 피가 묻어있다 헉!
코를 베인 것일까! 혀를 베인 것일까!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이눔의 쉑기는 가만히 있질 않고
심장은 벌렁거리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다 났다
근데 어딜 베었는지 모르겠는거다
키키놈이 혓바닥으로 피를 싹싹 핥아먹고 나니, 흔적조차 없는거다
몇번이나 키키를 붙잡고 안아프냐고 물어봤지만 뭐, 대답은 없다 -_-;


갑자기 무서워진다
이놈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지...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으니, 그 안에서 별 힘이 없는 내가 생각해낼 수 있었던
최대한의, 그러나 비굴한해결책은 '너무 정들지 말아야겠다는 것' 뿐이었다...


하물며 가까운 동물이 다쳐도 이리 가슴이 금즉한데,
가까운 사람일 경우는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뜻하지 않은 사고나 슬픔을 당하지 않고 한 평생을 살아가길, 오랜만에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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