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이 두 고양이의 관심사 역시 조금 다르다.


큰 고양이는 즉각적인 것에 대해 큰 스케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큰 움직임, 맛있는 냄새, 쉿쉿 거리는 소리 등.
관심있는 것에는 일단 달려들고, 만져본다.
별로 재미도 없어보이는 것을 가지고 아주 한참동안 요란하고 재미있게 논다.
작은 고양이는 일단 관찰한다. 몇번이고 조용히 앉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침내는 앞발을 내밀어 쿡 찔러본다...


예를 들어볼까.
내가 모니터 앞에 앉아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타이핑하느라 "다다다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때, 큰 고양이의 관심사는 빠르게 움직이는 내 손가락과 다다다다 소리를 내는 키보드이다. 녀석은 키보드 위를 마구 밟고 다니며 도움말 화면을 수십개 띄우거나 메신저 창에 이상한 숫자와 기호들을 타이핑해내곤 한다.


반면에 작은 고양이는 내 양팔 사이에 들어와 모니터를 바라본다. 놈의 시선은 키보드가 아니라 쉴새없이 움직이는 커서와 화면들을 따라간다. 저희들을 찍은 사진이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밀어 만져본다(그냥 평평한 2차원의 화면일 뿐인데, 놈은 그게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화면에 매혹된 작은 고양이는 점점 화면 가까이로 다가가고, 키보드에서는 삐익 삐익 소리가 난다.


아아 이놈들이 마치 내게 인간 세상의 일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 무엇이든 일단 찔러보는, 저돌적이고 가끔은 이유없이 낙관적인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아 행동이 느리고, 손해보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만약 이 두 고양이가 회사를 운영한다면, 큰 고양이는 사장이나 영업부장 정도 시키고 작은 고양이는 참모 정도 시키는 것이 좋겠다... 그럼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이놈들, 잠만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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