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난 어렸을 때부터 날아다니는 꿈을 꾸어왔다.
사춘기와 대학 시절을 지나고 그 꿈은 잠시 없어졌다가, 첫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시작되었었다.
생각해보면 뭔가 답답하고 힘들 때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처음에 내가 꿈속에서 날기 시작했던 것은, 날 잡으려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그땐 필사적으로 날아보려고 했지만, 잘 날지 못해서 발목을 잡혀 죽곤 했다.
하지만 꿈이 반복되면서 나의 비행 실력은 점점 늘어갔고, 몇년 전 부터는 팔락팔락 날개짓을 하지 않아도 독수리처럼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게 되었다.
이젠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끔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늘을 날며, 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처음에 내가 잘 날지 못했을때 날 구속했던 것은 나의 실력없는 두 팔(날개)과, 지상에서 나를 잡으려 달려드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것에 통달한 지금 나를 구속하는 것은 하늘이다.
더이상 날아오를 수 없이 장막이 쳐진 하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고층건물들.


피터팬을 본다.
피터가 웬디와 두 남동생을 꼬셔서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장면.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가슴 속에서 뭔가 요동친다.


장막을 걷어라. 하늘아.
난 멀리멀리 날고 싶단다.


인간은 모두 어른이 된다. 단 한 사람, 피터팬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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