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이전 : 2012 짧은 여름 휴가 1 - 조카 4호 백일 잔치와 가족 모임

어둑어둑해질 때 짐을 싸서 고향 집을 나섰다.

  • 모두의 비웃음을 샀던 우리의 캠핑 장비. 여기에 담요 하나, 수건 두개, 커피믹스 네개 챙겼고, 라면과 물 한 통 샀다. 이제 출발! 밤에 비왔음 좋겠다. 2012-07-29 20:03:00

  • 하늘 멋지고. 가로등 켜지고. 2012-07-29 20:09:33

  • 별이 달이 정말 밝다. 붉은 달무리가 끼었다 사라졌다. 2012-07-29 21:03:24

  • 컴컴한 계곡을 걸어올라와 달빛 아래 겨우 텐트를 쳤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예전에 더한 데서 가랑비오는데 노숙도 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텐트 안에서 누워 자네. 2012-07-29 21:36:03

  • 계곡 물로 몸을 씻고 좁고 경사진 텐트 안에 누워 밖을 내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별 두개가 밝다. 주변은 온통 물소리와 가끔 찌르르 하는 벌레 소리. 불편하고 좀 무섭기까지 한데 이게 이상하게 좋다. 원시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잘 데가 있어 다행이다 싶고. 아침에 해가 뜨면 정말 다행이다 해가 떴어! 하는 그런 기분. 거기다 라면 먹고 커피믹스까지 마시면 진짜 되게 행복한 '인류'가 된 것 같은. 2012-07-29 23:43:54
  • 어제 엄마가 준 옥수수 먹고 아침 커피믹스 제조. 비온다! ㅋㅋㅋㅋㅋ 2012-07-30 08:53:13

  • 라면 끓이다 소나기가 엄청나게 내려서 텐트 안으로 피신. 불 껐나 모르겠네. 으드드드드 빗소리 완젼 무섭고 좋다. 야생이 막 온 몸으로 느껴져. 2012-07-30 10:20:41

  • 궁상 떨며 낄낄거리는 거 너무 좋아. 발이 불어터져. 쓰레빠 신고 젖은 돌 위에서 찍 미끄러져서 으악 하고 발에 흙 다묻고 그리고 또 낄낄낄. 텐트 어떻게 접는지 몰라서 둘이 삼십분쯤 들고 낑낑거리다 텐트가방 속을 보니 설명서가 있네. 난 봐도 모르겠는데 동거인이 어떻게어떻게 접어놓고는 엄청 자랑질 잘난척. 2012-07-30 11:29:22

  • 우리가 야영한 곳은 강원도 시골 비포장 도로를 차로 한참 들어가서 다시 짐을 메고 십분쯤 걸어올라가야 하는 계곡. '캠핑장'이 아니라 예약도 필요없고 돈도 안내지만 수도 전기 캠핑 데크 이런 거 하나도 없는 그냥 산 속. 길가에 화장실은 있다. 사람은 하나도 없고 물이 정말 깨끗하다. 2012-07-30 11:53:04

  • 밤에 걸어올 때는 좀 무서웠는데 밝을 때 보니 꽤 운치있는 길.

  • 내내 젖어있던 발을 생수로 닦고 보송보송 말리는, 그 기분.

  • 집으로 2012-07-30 12: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