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37년만에 '정면돌파'를 각오로 귀국한 '경계인' 송두율 교수. 이 한 사람의 학자가 '네마리의 원숭이들'에 의해 무너지고, 그의 '경계인'이 배척받고, 그리고 이 망각의 도시(=냄비들의 나라)에서 광기 이후 예의 이어지는 침묵 이후, 6년에 걸친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한 편의 다큐멘터리. 실화이고 다큐멘터리이기에 더 섬뜩했던 이야기.

이 영화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송교수의 부인(이름을 몰라서)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니 '차악의 선택'이니를 들먹이며, "원칙과 진정성과 정직과, 이런거 신경쓰지 말고, 테크니컬하게 받아들이라"고 한마디씩 거들던 인간들 틈에서,

"남편이 경계인의 지위를 포기하고 백기를 드는 모습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개인이 있고 국가가 있습니다"라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송교수의 부인을 보며,
세상이 나선형으로 발전할 수도, 계단형으로 발전할 수도, 어쩌면 가끔은 뒷걸음칠 수도 있겠지만, 나선이나 계단 끝에서 미끄덩, 밑바닥으로 추락해버리지 않게 해주는 건 바로 이런 것, 가장 개인적이고 원초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애정과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진 출처 : 다음 무비

삼십년 넘도록 한 인간의 학문적, 정치적, 인간적 행보를 지켜보고, 뿌리 끝까지 이해하고, 지지하고, 자신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릴 때 그를 붙들어주는 것. 그 어떤 동맹보다도 굳건하고, 그 어떤 성과보다도 뿌듯한 것.
그런 사람을 가졌다는 것.
그럴 수 있다는 것.

놀랍고, 부러웠다.


경계도시2 상세보기


* 한 개인이 노력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집단적 컴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노력이 의미있는 것일까?

* 우리의 삶에서 '원칙과 진정성과 정직과, 이런거 신경쓰지 않고, 테크니컬하게'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은 대체 어떤 순간일까?

'읽고보고듣고.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모던보이  (0) 2011.01.06
[영화] 하하하  (1) 2011.01.06
[만화]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4) 2011.01.03
[영화] 클래스  (4) 2010.04.06
[영화] 아바타  (4) 2009.12.21
[영화] 호우시절 - 아름다운 그녀들  (0) 2009.10.08
[드라마] 나의 여동생 s1-e1  (2) 2009.05.27
[드라마] Bones s3-e25  (4) 200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