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 그런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게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이고 형제라면 꽤나 행복한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그것이 무너졌을 때의 미움도 커지는 게 가족이다. 특히 형제란 것. 누군가 도피하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것들. 거기에서 오는 질투나 불신이나 박탈감 같은 것.
형제나 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이해할 것이다. 도피한 쪽이든, 남은 쪽이든 말이다.




도쿄로 가 사진작가가 된 동생 타케루.
오다기리 조는 힙한 가죽 자켓과 빨간 바지(-_-)를 입고, 도시적인 냉소 뒤에 숨은 여리고 어린 동생을 잘 연기해주었다.
(아, 오다기리 이 남자는 영화마다 막판에 눈물 글썽글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상에 이렇게 부서질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남자가 또 있을까. 완전 인간 아리마셍이고 천사 데스다.)

하지만, 그보다 뛰어났던 것은 오히려 (심지어 포스터에 얼굴도 나오지 않는) 형 미노루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의 연기였다.
시골에 남아 가업과 아버지 뒤치닥거리를 도맡은 형. 성실함과 일본인 특유의 조심스러운 친절 아래 억눌린 박탈감과 광기 같은 것이, 그렇게 무표정하고 선이 굵은 얼굴 안에서 움찔움찔 드러나는 게 어찌나 소름끼치게 사실적이었는지.



사고사와 살인, 선량함과 광기, 강인함과 여림, 불신과 애정.
드러나고 숨은 채 대립하는 이런 것들이 소리와 정적, 흐름과 멈춤을 통해, 조용하고도 팽팽히 전개된다. 한마디로 잘 계산된 대립의 미학.
빛과 구도 역시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런 영화 좋아한다.
(아, 유레루는 '흔들리다'라는 뜻이라고)

그 밖에 :

미녀답게 큰 외계인 귀를 가진 치에코 역의 마키 요코.
언젠가 '네개의 거짓. 카무플라주'에서 아오이 유우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주유소 알바 직원.
그리고 검사 역의 무서운 아저씨. 어휴 인상깊었다 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