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타인의 삶 SE타인의 삶 SE - 10점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AltoDVD (알토미디어)

인도코끼리님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보게 된 영화(요즘 인도코끼리님 블로그에 링크를 많이 걸게 되네).

한결같이 넥타이를 단정히 차려 매고, 양복 자락보다 짧은 잠바를 덧입은 이 남자. 휑한 그의 집에는 가끔씩 매춘부가 다녀간다. 이 건조하고 차가운 인상의 남자 비즐러가, 도청중인 극작가 드라이만의 집에서 훔쳐온 브레히트의 시집을 읽는다.

초가을 9월의 하루하루는 파랗다.
그들이 품고 키우는 사랑처럼
곧추선 어린 나무들은 하늘을 향한다.
우리들 위엔 청명한 하늘이 떠있고
그 사이를 하얀 솜 같은
구름이 걸어다닌다.
당신의 가슴 속에 믿음이 있다면
이것은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브레히트

얼굴 가득 넘치던 평화로움.
동료 예술가 예르스카의 자살 소식을 들은 드라이만은 예르스카가 선물한 <착한 사람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비즐러는 역시 엿듣는다.

짧은 대사들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즐러 역을 맡은 울리히 뮈에의 눈빛은 가슴 속에 아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를 본 후 검색을 좀 하다가 좋은 리뷰를 발견했다. 독일에 사시는 분인데 한국판 포스터 디자인의 황당함과 한국어 번역(내가 본 번역과 같은 것인 듯)상의 여러 오역들, 그리고 중간중간 내가 놓쳤던 중요한 모티브들을 잘 짚어내셨다. 대표적인 오역의 하나는 위 장면 바로 뒤, 연주를 마친 드라이만의 대사다. 영화를 보면서 당췌 이해가 안갔었는데, 원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라 한다.

나는 레닌이 (베토벤의) <열정>을 두고 한 말을 늘 곱씹어야 했어.
"나는 <열정>을 들을 수가 없다.
그 곡을 들으면 나는 혁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음악을 들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들은 사람이라면, 여전히 나쁜 사람일 수가 있을까?

얼마 전 <나는 전설이다>를 동영상으로 보면서(공짜로 봐서 미안) '저렇게 다 반대로 해석하기도 힘들었겠네' 했다. 번역이란 게 힘든 건 알지만(동영상 자막 번역은 돈도 안되지), 그런 식으로 소설을 써놓고 "허접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사족을 달지 말고, 모르면 시간을 내어서 사전을 좀 찾아보든가, 그래도 모르겠으면 원문으로 놔두든가, 안되겠으면 안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아참 이런 리뷰도 있었다(아무리 고등학생이라지만...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http://noyuna.tistory.com2008-03-02T14:34:54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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