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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2disc)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2disc) - 6점
줄리 테이머 감독, 짐 스터게스 외 출연/소니픽쳐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빛과 에너지와, 그리고 음악(!)으로 가득한 영화!
십년 넘게 잊고 있던 비틀즈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꼈다(내가 몰랐던 노래도 몇개 있더라).

이 영화를 보다 문득 스쳐간 옛날 기억이 있는데.
주드가 뉴욕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20대 초반 클래식 음악 다방에서 일할 때 보았던 화가 한사람이 기억났다. 아주 늦은 밤 거의 문닫을 때쯤 되어 꼬질한 행색을 하고 들어온 그는 주인아저씨한테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주면 그림을 그려 주겠다고 했다. 주인 아저씨는 이런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 푸근한 성격이라 그당시 이 다방에는 그 동네의 온갖 예술인(혹은 자기가 예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는 뒷정리를 하느라 그림 그리는 그를 보지 못하고 그가 공짜로(라기 보다는 그림을 그려준 대가로) 얻은 커피를 다 마시고 간 후에야 사람들이 낙서를 적곤 하는 다방 노트에 그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건 내가 이제까지 본 그림들 중에서도 매우 기괴한 그림이었다. 동글동글한 팽이 혹은 달팽이 모양의 원들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고 또 뻗어나가 페이지를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어려서 뭘 몰랐던 나는 솔직히 '에게 이게 뭐야. 커피가 아깝네'하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놀러오신 유명한 한국화가 아저씨가 보시더니 '기가 대단하네'라고 하셨던가. 그러고 보니 번쩍번쩍 기괴하게 빛나던 그 사내의 눈빛마냥, 얼마나 꼭꼭 눌러 그렸는지 뒤의 뒤의 뒤 페이지까지 볼펜 자국이 선명하긴 했었다.

그 아저씨. 지금은 뭐할까. 유명한 화가가 되었을까.

우리가 가슴 속에 젊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란 빛. 음악. 사랑. 유치함. 에너지. 친구의 죽음. 뻗을 곳을 몰랐던 열정.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도 참 좋네, 나이가 들어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한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귀가 쩡쩡 울리는 그런 시절은 아무래도, 너무 오래 지속되면 힘들거든.

* 아, 영화에 대해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처음부터 배우들이나 스토리에 신경쓰지 않고 보는 것이 행복한 감상의 포인트라 하겠다 ;-)

http://noyuna.tistory.com2008-03-02T14:21:56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