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6-18 14:56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읽었다.

    이전에 '종의 기원'을 읽다가 어두운 기운에 너무 눌려서 이 작가의 책은 못읽겠다 했는데, 누룽게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있길래 앞부분만 조금 읽어본다는 게 새벽 두시반까지 1/2을 읽었다. 책을 빌릴 상황이 아니어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릴까 하고 갔는데 대출중인 데다 대기자도 4명이나. 결국 리디북스에서 이북을 샀고 반나절 만에 나머지 반을 다 읽었다.

    '종의 기원'은 그냥 어둡고 힘든 이야기였는데 소설 '7년의 밤'에는 어둡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간간이 있다. 승환이 한밤중에 세령댐 밑에 수몰된 옛 세령마을을 돌아보는 장면이라든가(그림 1), 고양이 '어니'의 등장이라든가(그림 2).

    영화에 대해서 검색을 좀 해봤다. 결말이며 주변인물 설정 등을 꽤 바꿨더라. 소설에서는 각 인물의 배경이 되는 사건들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서로 촘촘한 인과관계를 맺으며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는데 거기서 몇몇을 바꿔버리니 스토리의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지고 당연히 흡입력과 몰입도도 떨어졌을 거라는 게 안봐도 뻔했다. 중요한 것을 생략했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중했고, 바꾸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바꿨다. 할 말이 많은데... 이미 악평이 많이 나와있어서 링크로 대신한다.

    영화 리뷰 : 최악의 리메이크 '7년의 밤'

    책을 읽은 나도 이런데 원작자 마음은 어떨지. 혹시 영화판권을 판다면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는 (나로서는 하등의 쓸데가 없는) 결심을 해보았다.

    캐스팅에 관해서는

    아빠 현수 역에는 (저 위 영화 리뷰어는 마동석씨가 떠올랐다는데) 처음부터 조진웅이 떠올랐다. 발음이 새나가는 입술을 우물우물하는 살찐 조진웅. 아니면 좀 너무 날카로운 감이 들지만 곽도원. 한때 잘나갔던 야구선수의 몰락과 잘못된 선택이라는 스토리는 2008년에 있었던 '이호성 네 모녀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도 아마 여기서 모티브를 일부 얻지 않았을까.

    오영제 역에는 처음부터 신성록이 떠올랐다. 아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맡았던 악역 때문이었을 듯. 오영제가 '교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책을 덮고 나서 그가 치과 의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실소ㅋㅋㅋ. 장동건은 아마 오영제 역으로 내가 떠올릴 수 있을 인물 목록(...이 있다면)의 맨 끝에도 자리하지 못할 배우다. 아무리 '연기 변신'을 했다 해도 타고난 인물 자체가 오영제 감이 아닌데 왜 이런 무리한 캐스팅을 했는지.

    그 외에 아들 서원 역은 여진구, 엄마 은주 역은 응팔의 라미란이 떠올랐는데, 뭐 누구라도 별 상관은 없었을 듯. 안승환 역에는 누군가 떠올랐었는데 송새벽이란 얘기를 듣고 그만 잊어버렸다.

    * 야구선수 이호성 살인사건 관련 자료를 찾다가 본 사건 뒷얘기​.
    일반 기사에서 나오지 않았던 많은 얘기들을 이분은 어디서 다 알아냈을까. 경찰 관계자인가?

    #books #정유정 #7년의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