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6-05 11:56 아잔 브람 스님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를 다 읽었다.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은 2017년 1월 스리랑카에서 열린 열흘간의 명상 수련회에서 아잔 브람 스님이 수행승을 대상으로 하신 강의를 녹취해 정리, 번역한 책이다.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코스가 명상 초보자인 내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데 비해 아잔 브람 스님의 말이 (같은 말이지만)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말처럼 너무 멀게 느껴졌던 까닭이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부처님도 출가자와 재가자에게 다른 계율과 다른 설법을 하셨다지 않나.

    그런 면에서 아잔 브람 스님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쓴 다른 책을 더 읽어볼까 생각 중.
    #books #아무것도남기지않기
  • 2018-05-17 15:39 ‘몸과 마음이라고 불리는 이 꽃잎이 열리기 위해서는 마음챙김과 자애로움, 두가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 p.13

    ‘우리 마음에도 이처럼 여러 가지 측정계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저는 peaceometer, ‘평화로움 측정계’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나타내는 측정계 입니다.
    ...
    하늘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듯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바라보십시오. 비가 도움을 주거나 불편을 주거나 상관 없이 비는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놓아두십시오. 걱정이 있거나 평화로운 기분이 되거나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그러고 나서 평화로움 측정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바랍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화로움 득점 게 바늘이 않을 아래로 내려가 평화로움을 가리킬것입니다.’
    - p.26

    ‘상윳따 니까야’의 ‘일어남 경’(S47:42)에는 사념처, 즉 몸(신), 느낌(수), 마음(심), 정신 현상(법) 각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사념처의 일어남과 사라짐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
    이 과정이 팔정도 일곱 번째인 정념, 바른 마음 챙김의 수행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챙김 수행이 팔정도의 여덟번째인 정삼매, 바른 고요함으로 이어집니다. 몸과 느낌과 마음을 알아차리면 바른 마음챙김이 계발되고 바른 마음챙김이 계발된 후에 호흡을 통해서 바른 고요함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 p.32​

  • 2018-05-17 16:19 아잔 브람 스님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를 도서관에 신청하고 빌려와서 그저께 밤에 읽기 시작했다. 밑줄긋거나 기억해둬야 할 게 많아서 일일이 사진 찍고 발췌하기 너무 힘들겠다 싶었는데...

    오늘 북플에 등록하려다 보니 바로 그저께! 이북이 출간되었다.
    후후후후후후후 이북 만세!
    #books #아잔브람 #아무것도남기지않기
  • 2018-05-17 19:36 분명 이 행복감을 느꼈었는데.
    #books #아무것도남기지않기

    ‘호흡 수행을 하는데 호흡이 아름답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면 아직 마음챙김 힘이 충분히 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너무 많이 행위하고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모두 소모 되고 마음 챙김으로 갈 에너지의 여유가 없습니다.’
    - 그런 이유였나.

  • 2018-05-25 14:32 같은 위빳사나 명상을 가르치는데도 고엥까와 아잔 브람은 많이 다르다. 고엥까의 코스에서 들은 몇가지 얘기들에 대해 아잔 브람은 ‘고마양(bullshit)’이라고 일축하기도.

    평생 재가자이며 사업가였던 고엥까의 가르침은 꽤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반면, 스물셋에 출가한 승려 아잔 브람의 이야기는 좀더 authentic하게, 그러니까 붓다가 처음 깨달음을 얻은 후 이전에 같이 수행하던 동료들을 찾아가 했을 법한 얘기처럼, 그러나 나같은 ‘속인’들에게는 결코 가닿지 못할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말처럼 들린다.

    평생을 ‘의지’를 갖고 ‘열심히’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나같은 사람에게 ‘무상’은, 더군다나 ‘무아’는 너무도 멀고도 어려운 얘기다. 말을 듣고 글을 읽어서 이해한 ‘무아’라는 것이 원래의 뜻과 얼마나 먼 것일지 나는 아직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 정도 겨우 알게 되었을 뿐.

    명상의 깨달음에 무슨무슨 단계가 있어서 이것 다음에는 저것이 오고 그 다음에 또 뭐가 오고 하는 얘기를 읽으니 갈 길이 너무도 멀게 느껴져서 의욕을 상실했다가, 그 모든 단계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기쁨을 느끼면 된다는 얘기에 다시 솔깃했다가를 반복하던 중, 문득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생각했다.

    고통을 경감하고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살고 싶다.
    작은 성취들을 즐기며 그냥 걷기로 했다.
    #books #아잔브람 #아무것도남기지않기​

    '운전석이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여러분은 마침내 조용히 앉아 있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수행에 방해가 됩니다.'라니. 하아아. 답답해.​

  • 2018-05-31 08:17 며칠 전 명상 중에 문득 도법스님 생각이 났는데, 내 얼굴이 저절로 웃었다. 그러고보니 도법스님을 뵐 때마다 그랬던 듯. 그리고 다시 잘 살아야지 하고 기운이 난다.
    인간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마치 잘 자란 아름다운 나무를 보는 것 같다.
    #books #아잔브람 #아무것도남기지않기​

  • 2018-06-05 10:29 ‘부처님은 승려들이 새와 같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그러고보니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인간 밖에 없구나. 새처럼 살고 싶다.
    #books #아무것도남기지않기

    난 불환자도 아닌데 다섯가지 감각적 경험에 대한 흥미가 왜 없어졌니...​

    ‘이제 저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숲 속 수행승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진심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