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4-07 12:55 뒷부분을 약간 남기고 오랫동안 처박아두었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요즘 침대에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침실에 전자 기기를 안갖고 들어가면 이렇게 종이책을 읽게 된다. 잠도 잘옴ㅋㅋㅋ). 뒷부분은 여러 동물, 특히 영장류의 사회적 행동을 살펴보는데, 인간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꽤 있다.

    1953년 일본 고시마 섬에서 어린 암컷 ‘이모(Imo)’가 고구마에 묻은 모래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몇년이 지나 섬 원숭이들 대부분 이 기술(?)을 배워서, 어린 원숭이들도 고구마는 원래 물에 씻어먹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든 수컷들은 이걸 배우질 못했다.

    책 앞부분에 비슷한 상황의 쥐 얘기도 나온다. 원인은 테스토스테론. 쥐 실험에서 거세된 수컷은 암컷과 같은 학습능력을 가졌지만 거세+테스토스테론을 주입받은 수컷이나 암컷은 역시 학습이 불가능했다.

    이 책에서는 동물의 세계에서 공격성에 기반한 순위제 사회와 협동에 기반한 민주주의적 사회가 양립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공격성에 기반한 순위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털을 곤두세우고, 으시대고, 위협하는 개체들은 다른 순위가 낮은 개체(대개 암컷이거나 어린 수컷)에게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차라리 모래를 먹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 어제밤 페이지를 넘기는데 뭐가 툭 떨어졌다. 암 수술한 후 먹었던 아침 식권. 입원할 때 이 책을 가져갔던 이유는 아마도 잠이 잘 와서...는 아니고 ‘우주의 구조’ 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데 왜 다 안읽고 오년 만에 다시 펼친 건지는... 나도 모름ㅋㅋㅋ
    #books #잊혀진조상의그림자​

  • 2018-04-15 00:23 침실에서 책을 읽다 문득 지금쯤 이북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거실로 나와 찾아봤더니 정말 나왔더라​(원서는 1992년, 한국어판 종이책은 2008년 5월, 한국어판 전자책은 2017년 3월에 나옴).
    다른 책보다 좀 비싸지만...
    이미 거의 다 읽었지만...
    샀다.
    항상 곁에 두고 찾아보고 넘겨보고 싶었다.
    #뿌듯함
    #books #칼세이건 #앤드루얀 #잊혀진조상의그림자
    우주의 구조는 언제 나오려나.
  • 2018-04-16 12:08 칼 세이건과 앤 드류얀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어제 다 읽었다. 침실에 두고 자기 전에 잠깐씩 읽었는데 이북을 사서 '듣기'를 켜놓고 청소하면서 들었더니 금방 다 읽었네.

    이 부부가 지구가 탄생하고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나 지금의 인류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이 책에서는 이를 '인류라는 천애고아의 이력서'라고 했다)을 이 두꺼운 책으로 그려낸 이유는, 인간이란, 아니 생명이란 무엇이고 인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과학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후반부에는 유인원과 인류의 행동을 비교한 수많은 사례들이 나오는데,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른 특징이나 능력을 가진 유일한 종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모두 깨뜨린다. 우리의 안에는 무수한 종의 무수한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 '발명'과 '그림자'들이 내재되어 있고, 인간과 지구의 다른 모든 종은 긴밀히 연결된 '친척'이며, 인류는 그저 지능이 조금 더 높은 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지능을 가지고 인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로 끝을 맺는다.

    1992년작이며 맺음말에 '인류의 여명에서 문화의 발명에 이르는 이야기는 이 시리즈에서 다음 책의 주제가 될 것이다'라고 했으나 칼 세이건이 1996년 사망했다.

    #books #칼세이건 #앤드루얀 #잊혀진조상의그림자

    * 끝부분에 이런 시가 나온다.

    나는 일찍이 소년이고 소녀였다.
    수풀이고 새였다.
    바다에 사는 말없는 물고기였다.
    - 엠페도클레스 <정화>

    불한당에서 법성게 공부할 때 나왔던 얘기와도 일맥상통하고(요즘 읽는 책들마다 모두 불교 사상과 통하는 느낌이;;;), 요즘 곰곰이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그림자'들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 나중에 좀더 자세히 써보고 싶다.